▽냉정해진 시장〓지난해만 해도 공모 청약경쟁률이 1000 대 1을 넘는 회사가 심심찮게 나왔다. 당시 투자자들은 치열한 경쟁 탓에 청약에 성공해도 고작 10∼50주 안팎을 손에 넣을 뿐이었는데 이마저 감지덕지하는 분위기였다. 등록만 하면 주가가 공모가보다 올랐기 때문이다.
그러나 올해 상황이 완전히 역전됐다. 올해 9월 이후 코스닥 등록을 위해 청약을 한 8개 기업 가운데 경쟁률이 100 대 1을 넘은 회사는 2개뿐이었다.
이렇게 열기가 식은 것은 공모기업이 코스닥에 등록해도 주가가 공모가보다 더 떨어지는 일이 잦아진 탓. 우리증권에 따르면 올해 등록한 130개 기업 가운데 10월1일 주가가 공모가보다 낮은 기업이 100개나 된다.
지난주에는 모닷텔이 이틀 동안 청약을 받았으나 소액주주 500명을 모으지 못해 1차 청약에 실패하는 일까지 벌어졌다. 결국 주간사회사인 현대투신증권이 부랴부랴 추가 청약을 받아 22일 공모에는 성공했지만 청약경쟁률은 고작 2.43 대 1에 머물렀다.
그렇다고 공모시장 자체가 얼어붙은 것은 아니다. 유망 기업에는 상상을 초월할 정도의 자금이 몰린다. 22일 공모를 마친 인터넷기업 NHN은 청약경쟁률이 505.95 대 1이었으며 청약에 몰린 자금은 무려 1조7000억원이었다.
▽조건 따져야〓전문가들은 투자자들이 공모주 청약에 나설 때 세 가지 조건을 꼼꼼히 따져야 한다고 지적한다.
우선 공모가가 높지 않아야 한다. 8월 공모 제도가 바뀌면서 주간사회사의 재량이 커져 일단 주간사회사만 되면 증권사는 큰 이익을 남길 수 있게 됐다.
증권사들은 공모기업을 끌어들이기 위해 “주간사회사를 맡겨주면 공모가를 높게 쳐주겠다”는 조건을 내건다. 최근 공모기업 공모가가 비교적 높게 형성된 것도 이 때문이다. 이런 공모주는 막상 코스닥에 등록되더라도 주가가 공모가보다 오르기가 쉽지 않다.
주간사회사의 공모 능력도 눈여겨봐야 한다. 지난주 1차 공모에 실패한 모닷텔 주간사회사인 현대투신증권은 중소형사이면서도 무리하게 단독으로 공모에 나섰다가 낭패를 봐 결국 공모기업의 이미지를 크게 떨어뜨렸다.
공모주 청약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기업의 실력. 동부증권 장영수 기업분석팀장은 “공모주 청약은 더 이상 투자자에게 무조건적인 수익을 보장하지 않는다”며 “장기적으로 주가가 오를 수 있는 실력 있는 회사에 투자하는 자세가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이완배기자 roryrery@donga.com
구독
구독
구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