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일 종합주가지수는 오전 내내 오르락내리락 하다가 오후 들자마자 완연한 오름세를 보였다. 비슷한 시각에 미국 나스닥지수 선물은 개장 초의 하락세를 접고 반등하기 시작했다.
22일 상황도 비슷했다. 전날 미 증시에서 나스닥지수가 1.7% 오른 영향으로 출발은 좋았다. 그러나 나스닥 선물이 밀리면서 분위기가 일변해 종합주가지수가 떨어지기 시작했다. 나스닥 선물이 떨어진 것은 현물 거래가 마감되고 선물시장이 개장되기 직전 텍사스인스트루먼트가 기대 이하의 분기 실적을 발표했기 때문.
국내 주가가 한국 증시 개장 중 거래가 이뤄지는 나스닥지수 현물시장(글로벡스)의 영향을 받아 급등락하는 양상이 최근 두드러지고 있다.
한국 투자자들이 22일 머릿속에 그린 시나리오는 ‘나스닥 선물 하락→22일 미국 나스닥지수 및 반도체 주가 하락→23일 한국 종합주가지수 및 국내 반도체 주가 하락’이다. 따라서 “어차피 23일 주가가 떨어질 테니 그나마 주가가 오르고 있는 지금(22일 장중) 주식을 팔자”는 생각을 하기 마련이다. 한국 투자자들이 미국 증시 상황을 하루 먼저 앞질러가려고 하는 극단적인 동조화 현상이다.
문제는 투자자들의 이런 예상이 자주 빗나간다는 점. 미국 비즈니스위크의 조사에 따르면 작년 1∼3월에 다우지수, 나스닥지수, S&P500지수와 각각의 지수선물이 같은 방향으로 움직인 것은 54∼62%에 불과했다. 대우증권 목재균 연구원은 “올 들어 현·선물 종가의 방향은 80% 이상 일치하고 있으나 9월 이후 어긋나는 경우가 늘고 있다”고 말했다.
미 증시에서 현·선물 간의 상관도가 높지 않은 것은 선물 거래량이 극히 적기 때문. 시카고선물거래소에 따르면 미국의 선물 거래자는 전체 주식투자자의 2∼4%에 불과하다. 거래량이 적다 보니 몇몇 ‘큰손’의 대량주문이 가격을 왜곡시키고 장중 변동도 심하다.
KGI증권 한창헌 선임연구원은 “나스닥 선물의 가격변동은 현물 마감 후 1시간과 현물 개장 전 1시간 동안에 거의 다 이뤄진다”고 설명했다. 작년부터는 국내 증시의 큰손들도 나스닥 선물 거래에 참여해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한 선임연구원은 “동조화가 철칙처럼 굳어진 상황에서 그나마 가장 따끈따끈한 미국 증시 관련 지표를 찾아내려는 투자자들의 조급함이 나스닥 선물의 영향력을 키우고 있으나 과신해서는 곤란하다”고 말했다.
이철용기자 lc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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