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의 눈]우궈광/16차 全大 이후도 '장쩌민 시대'

  • 입력 2002년 10월 23일 18시 27분


베이징(北京)은 중국 공산당 제16차 전국대표대회를 11월8일 개최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중국의 새로운 권력구도를 결정짓게 될 회의다. 하지만 아직도 권력구도가 어떻게 안배될지에 대해서는 각종 설(說)만 난무하고 있는 상황이다. 문제의 핵심은 당 총서기와 국가주석, 중앙군사위 주석을 겸한 장쩌민(江澤民)의 퇴진 여부다.

국가주석을 두 차례 연임한 장쩌민은 헌법에 따라 내년 봄 제10기 전국인민대표대회에서는 이 자리를 내놓을 것이다. 그러나 공산당이 권력을 장악하고 있는 중국에서는 국가주석은 의전 직위이다. 일반적으로는 당 총서기가 1인자이다.

▼˝세대교체 불안˝ 軍여론 탄력▼

하지만 여기에도 예외가 있다. 덩샤오핑(鄧小平)은 생전에 당의 1인자 자리에 앉은 적이 없었지만 마오쩌둥(毛澤東) 이후 중국의 1인자였다. 덩의 최고 직책은 중앙군사위 주석이었다. 심지어 이 자리에서 물러나 일반 시민이 됐을 때도 그는 막강한 권력을 갖고 있었다.

중국 정치를 이해하는 데 가장 큰 어려움은 이런 점에 있다. 권력은 도대체 어디에서 나오는가? 왜 어떤 때는 공산당 총서기가 최고 권력을 갖고, 또 어떤 때는 군사위 주석, 심지어 은퇴한 노인이 최고 권력을 갖는가? 과거 수년간 이런 어려움은 없어졌다. 당 총서기가 곧 군사위 주석이었고 다른 권력을 가진 인물이 존재하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장쩌민은 76세. 당 총서기를 맡은 지 13년이나 된다. 이 때문에 그는 16대에서 최고 권력을 60세의 후진타오(胡錦濤)를 비롯한 젊은 세대에 넘겨줄 것이라는 게 일반적인 예상이었다. 그러나 최근 수개월간 군부 지도자를 포함한 많은 중국 관리들이 중국의 정치 안정을 위해 장쩌민이 당과 군의 최고 직책을 유지해야 한다는 희망을 표시했다. 이것이 문제를 복잡하게 했으며 해외매체와 중국 민간여론의 뜨거운 추측을 낳았다. 과연 장쩌민은 어떤 직책을 유지할 것인가?

하지만 이미 살펴본 대로 중국에서 직책의 문제는 그다지 중요하지 않다. 중국의 특수한 정치체제로 인해 중국을 진정으로 통제하는 인물은 어떤 직책을 갖지 않아도 되기 때문이다. 장쩌민도 이를 알고 있다. 또 일찍부터 이에 대한 준비를 해왔다.

그 하나는 군을 장악하는 것이다. 덩처럼 당의 직책을 떠나더라도 군사위 주석직을 계속 유지해 군에 대한 영향력을 유지하는 것이다. 그는 끊임없이 장군들의 계급을 올려주었고 국방예산을 지속적으로 늘려왔다.

그는 현재 기대했던 대답을 얻고 있다. 군 지도자들은 현재 장쩌민을 유임시키려는 운동의 선두에 나서고 있다. 군의 이익과 장쩌민의 이익은 완전히 일치하지는 않는다. 하지만 정치인 중에는 현재 군의 충성을 이끌어내는 데 장쩌민과 경쟁할 능력을 가진 사람이 없다.

장쩌민은 이와 함께 보다 중요한 준비 공작을 진행하고 있다. 자신의 사상을 당의 지도 방침으로 삼는 것이다. 중국 공산당은 마오쩌둥과 덩샤오핑 이론을 지도사상으로 하고 있다. 장쩌민 역시 당장(黨章)에 ‘장쩌민 학설이 당의 지도사상’이라는 구절을 넣길 바라고 있다.

이렇게 된다면 장쩌민은 어떤 직책을 갖지 않더라도 정치적으로 중국 공산당을 통제할 수 있다. 그는 공산당 지도사상의 최고 해석자이기 때문이다.

만약 새 지도자가 그에 대해 불만을 가질 경우 그는 당장을 무기로 해 새 지도자를 파면할 수 있다. 그가 경기규칙을 결정하고 집행하는 심판의 직책을 맡고 있기 때문이다.

▼직위 내놔도 권력 여전할 듯▼

이를 위해 그는 2년여 전부터 ‘3개 대표’ 이론을 내놓았다. 공산당은 ‘노동자 계급의 선봉대’일 뿐만 아니라 ‘선진 생산력’과 ‘선진 문화’ 및 ‘전체 인민’을 대표해야 한다는 것이다. 전체 인민을 어떻게 대표할 것인가?

장쩌민은 지난해 자본가의 공산당 입당을 받아들이도록 당에 건의했다. 그들이 생산력 발전의 주요 역량이며 인민의 일부분이라는 것이다. 문제는 이 같은 건의가 강력한 반대에 부닥친 데 있다. 고위 지도자 대부분은 장쩌민에게 명확하게 반대하지는 못했지만 장쩌민 이론을 인정하려 하지 않았다.

장쩌민이 최근 총서기직을 계속 유지하려는 근본 이유가 여기에 있다. 사상적 지도자의 지위를 얻지 못할 경우 정치지도자로서 계속 남으려는 것이다.

어쨌든 16대 이후의 중국은 여전히 장쩌민이 통제할 것이다. 어떤 직위를 갖건, 갖지 않건 그는 여전히 공산당의 1인자가 될 장치를 마련할 것이다. 정치의 근본은 지위에 있는 것이 아니고 권력에 있기 때문이다.

우궈광 홍콩중문대 교수·정치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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