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눈]최영해/금감위 거짓말 언제까지…

  • 입력 2002년 10월 23일 18시 28분


내년도 정부 예산을 심의하는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가 이틀째 열린 22일 밤 9시30분경.

국회 예결위 회의장은 유지창(柳志昌) 금융감독위원회 부위원장의 답변 도중 갑자기 소란해졌다. 답변대에 서야 할 이근영(李瑾榮) 금감위원장이 선약을 이유로 이미 자리를 떠난 뒤인 데다 ‘대타’로 나선 유 부위원장마저 ‘엉터리’ 대답으로 일관했기 때문이다.

유 부위원장은 이날 한나라당 심재철(沈在哲) 의원이 “공적자금 국정조사특위가 요구한 신한은행 동교동지점 계좌정보를 왜 내놓지 않았느냐”는 질의에 “공적자금 청문회가 열리지 않고, 기관보고도 이뤄지지 않았기 때문”이라는 ‘엉뚱한’ 이유를 댔다.공적자금 청문회가 결국 나중에 무산되기는 했지만 국조 특위측이 자료를 요구한 9월초에는 청문회의 무산가능성은 전혀 예견되지 않은 상황이었기 때문이다. 이에 의원들의 추궁이 계속되자 유 부위원장은 “설사 그렇다 해도 국조특위측이 자료를 특정해서 요구하지 않았기 때문에 자료를 낼 수 없었다”고 다시 둘러댔다. 하지만 실제 국조특위는 ‘신한은행 동교동 지점의 아태재단과 김홍업(金弘業), 이수동(李守東)씨 계좌의 1년 치 거래명세’를 구체적으로 적시해 자료 제출을 요구했었기 때문에 이 해명도 앞뒤가 맞지 않는 것이었다.

이에 앞서 이 금감위원장의 답변도 둘러대기 일변도였다.

그는 예결위 첫날인 21일 “지금도 금감원 노조가 현대상선에 대한 계좌추적권 발동을 계속 요구하고 있느냐”는 민주당 박주선(朴柱宣) 의원의 질문에 “현행법상 계좌추적을 할 수 없다는 것을 (노조도) 다 이해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 말은 금감원 노조가 다음날 성명을 내는 바람에 ‘거짓말’임이 바로 들통났다.금감원 노조측은 심지어 “국민과 국회를 우습게 보는 감독원장의 양식이 의심스럽다”며 이 위원장을 비난하기 까지 했다. 이들의 불성실한 답변태도는 현안에 대한 답변에 그치지 않았다. 심지어 당장 화를 모면하기 위한 ‘거짓’ 증언도 서슴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날 이 금감위원장은 마침 방한한 아서 라이언 미국 푸르덴셜 회장과 시내 호텔에서 만나기 위해 회의장을 빠져나가며 ‘중요한 미팅’이라고 둘러대 일부 의원들로부터 “안하무인(眼下無人)의 태도”라는 비난을 샀다.

숨기고 둘러대고, 나중에는 거짓말조차 서슴지 않는 금감위 최고 간부들의 국회답변 태도는 과연 누구의 이익을 위한 것일까 의심스러웠다.

최영해기자 정치부 yhchoi6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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