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SR와 PEG는 지난해까지 성장주의 가치를 평가할 때 전문가들이 가장 많이 사용하던 지표. 그러나 최근 증시에서 미래 성장성에 대한 냉혹한 재평가가 이뤄지면서 전문가들로부터 외면받고 있다.
증시에서는 이를 계기로 유행을 좇아 ‘이상 주가’를 설명하는 잘못된 관행이 사라져야 한다고 지적한다.
▽아픈 역사〓주가가 높으냐 낮으냐를 평가할 때 가장 많이 사용되는 지표는 주가수익비율(PER)이다. PER는 주가를 주당순이익으로 나눈 것으로 수치가 높을수록 주가가 회사의 이익에 비해 고평가된 상태라고 이해한다.
그런데 1999, 2000년에는 기술주 가운데 이익을 한푼도 내지 못하면서 주가가 하늘 높은 줄 모르고 뛴 회사들이 수두룩했다. 이익이 안 나니 PER가 아예 계산이 안 돼 고평가 저평가 자체를 논할 수가 없었다.
그러나 이들에 대해 “거품이다”고 과감히 외친 전문가들은 많지 않았다. ‘원래 사업 초기에는 이익이 잘 안 나니까’ ‘지금은 돈을 못 벌어도 앞으로 성장성이 뛰어나니까’ 등의 논리로 높은 주가를 설명했다. 그 이론적 바탕은 이익이 아니라 매출과 성장률로 주가를 설명하는 PSR와 PEG가 제공했다.
▽원칙을 세워야〓“요즘 기술주의 높은 주가를 PSR 등 지표로 설명하려는 시도가 많다. 그러나 어떤 선진 지표를 갖다 대더라도 지금 기술주의 주가는 분명히 거품이다. 매출은 100억원도 안 되는데 시가총액이 몇천억원까지 오른 회사 주가를 어떻게 설명하란 말이냐.”
기술주 거품이 최고조에 달했던 1999년 12월 신한증권 정의석 부장(현재 굿모닝신한증권 선임연구위원)은 용감하게 거품을 경고했다. 당시에는 아무도 그의 말을 귀담아 듣지 않았지만 그의 예언은 적중했고 이후 기술주 주가는 끝없는 추락을 계속했다.
왜 이런 일이 벌어졌을까. 동부증권 장영수 기업분석팀장은 “원칙을 갖고 주가를 분석하는 대신 주가가 오르면 그 주가를 합리화하기 위해 그때마다 이상한 잣대를 들이댔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이런 습관이 고쳐지지 않는다면 언젠가 다시 주가 거품이 생길 때 전문가들은 또 이상한 잣대를 들이대 그 주가를 합리화하려 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
장 팀장은 “2000년 당시 PSR나 PEG처럼 견강부회(牽强附會)식으로 사용하는 잣대가 아니라 성장주를 제대로 평가할 수 있는 원칙적인 기준을 만드는 노력이 필요하다”
고 말했다.
기업가치를 산출하는 각종 지표 | ||
지표 | 산식 | 의미 |
PER | 주가/주당순이익 | 주가가 주당순이익의 몇 배가 되는지를 구해 동종 기업의 PER와 비교함으로써 그 기업의 주가가 높은지 낮은지를 평가. |
PBR | 주가/주당순자산 | 기업의 자산 가운데 주주 몫으로 남아 있는 순자산을 주가와 비교한 지표. |
PSR | 주가/주당매출액 | 성장성에 중점을 둔 지표. 설립 초기 매출은 있지만 이익이 나지 않는 기업의 주가를 설명하기 위해 매출과 주가를 비교. |
PEG | PER/(1+성장률) | 역시 성장성에 중점을 둔 지표. PER가 높더라도 기업의 성장률이 크다면 주가가 고평가된 것으로 보지 않고 투자대상으로 봄. |
이완배기자 roryrery@donga.com
구독
구독
구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