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뱃 속에서부터 ‘인연’이 있었던, 9월에 태어난 4명의 십대 소녀. 늘상 붙어다니던 넷이 처음으로 각각 다른 곳에서 여름방학을 맞는다.
멕시코 바하칼리포르니아의 축구 캠프에 참가한 ‘운동선수’ 브리짓, 아빠와 여름을 보내려 비행기를 탄 ‘솔직담백’ 카르멘, 그리스 오이아섬의 할머니 할아버지댁에 간 ‘예술소녀’ 레나, 떠나지 못한 채 아르바이트에 몸이 묶인 ‘반항아’ 티비.
헤어지기 전날, 이들 앞에 ‘마법의 청바지’가 불쑥 나타난다. 몸매와 상관없이 누가 입든 몸에 예쁘게 꼭 맞는 이상한 청바지다. 이 청바지는 4명의 소녀에게 있어 일종의 징표이자 도전이다. 무슨 일이 있어도 함께한다는 약속이자, 넓은 세상으로 나가 삶의 의미를 찾겠다는 다짐.
“마법은 많은 형태를 지니고 있지. 오늘 우리에게 온 건 청바지 한 벌의 모습이야. 난 우리가 바지를 동등한 조건으로 똑같이 소유하자는 제안을 하고 싶어. 이 바지는 우리가 가게 될 곳을 전부 찾아다닐 거야. 떨어져 있는 동안에도 서로를 느낄 수 있도록 말이야.”(카르멘)
이렇게 ‘청바지 돌려 입기’가 시작된다. 청바지는 이들이 만나는 사람들과 경험, 감정을 목격하는 셈. 네 소녀의 ‘여름 이야기’가 맞물려 돌아가는 수레바퀴처럼 전개된다. 십대들의 소소한 수다를 뛰어넘어 병을 앓고 있는 친구의 아픔에 대한 공감, 재혼을 앞둔 아버지로 인해 새로운 가족을 맞이해야 하는 갈등, 첫사랑의 설레임이 청바지와 함께 서로에게 전해진다. 자유롭게 사고하고 주체적으로 행동하는 각자의 삶을 통해 ‘성숙함’을 배우게 된다. 2002년 북엑스포 아메리카의 청소년 문학상을 수상.
조이영기자 lych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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