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청 공포’는 어느새 관(官)에서 정당 기업체 언론사 등 사회 모든 분야로 확산됐다. 심지어 검찰청까지 보안점검을 강화해야 할 지경이다. 이런 상황이라면 일반 국민인들 마음놓고 전화 한통 하기가 쉽지 않을 것이다. 정부는 권력기관의 도청설이 나올 때마다 절대 도청은 없다고 펄쩍 뛰었지만 정부 고위공직자마저 도청을 기정사실화하고 있는 셈이니 그 말을 곧이곧대로 믿을 국민은 별로 없을 것이다.
이러한 때에 국가정보원이 휴대전화 도청용 첨단장비를 대폭 늘렸다는 의혹이 제기된 것은 유감이다. 국정원측은 당연히 사실무근이라고 주장하고 나섰지만 두고 볼 일이다. 어차피 정권이 바뀐 다음에야 정확한 사실이 검증될 수 있는 문제이기 때문이다.
국정원의 도청 의혹은 이번 문제에 국한되지 않는다. 한나라당 정형근(鄭亨根) 의원은 나흘 전 이근영(李瑾榮) 금융감독위원장이 검찰간부에게 전화를 걸어 현대상선 4000억원 대출건에 대한 계좌추적을 하지 말아줄 것을 부탁했다고 폭로하면서 통화내용을 국정원 도청자료로 확인했다고 밝혔다. 정 의원은 이에 앞서 ‘한화그룹의 대한생명 인수 로비설’, 남북정상회담을 위한 ‘박지원(朴智元)-요시다 다케시(吉田猛) 뒷거래설’ 등도 국정원이 도청한 내용이라고 주장했다. 국정원이 ‘도청은 할 수도 없고 하지도 않는다’고 강조하려면 도청설의 진위를 명백히 가려야 한다.
통신의 비밀 보장은 국민의 기본권이다. 국민은 ‘도청 없는 세상’에서 살고 싶고 정부는 그것을 보장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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