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히 듣는 기억력 감퇴 증세들이다. 우리 뇌에서 기억을 담당하는 부위는 어디일까?
미국 하버드대의 칼 레슐리 박사는 뇌의 어느 곳이 손상되든 실험쥐는 약간씩 미로 찾기 능력이 저하된다는 사실을 들어 기억이 뇌의 특정 부위에 저장되는 것은 아니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캐나다의 펜필드는 뇌의 어떤 특정 부위에 전기 자극을 가할 경우 예전 일에 대한 생생한 기억이 떠오르게 된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모순된 것처럼 보이는 두 사람의 실험 결과는 사실 모두 맞다. 기억을 담당하는 ‘변연계’는 뇌의 특정 부분이 아닌 뇌의 가운데를 원처럼 도는 회로를 총칭한다. 이 중에서도 해마나 편도체 같은 부위가 기억 형성에 특별히 중요한 것 역시 사실이다.
그렇다면 뇌신경은 어떤 방식으로 기억을 만들까?
쥐에게 빛을 반짝인 뒤 음식을 주는 행위를 반복하면 쥐는 학습이 돼 빛이 반짝이면 음식을 기다리게 된다. 이렇게 학습된 쥐의 뇌에서 RNA를 추출해 이를 학습되지 않은 쥐의 뇌에 주입해보니 그 쥐도 빛을 반짝이면 침을 흘린다는 실험 결과가 있었다.
만일 이것이 사실이라면 공부하기 싫어하는 사람에게는 희소식일 것이다. 공부를 많이 한 사람의 뇌 일부를 자신의 뇌에 주입하면 그 지식이 그대로 전달될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실험 결과는 잘못된 것이었음이 나중에 판명됐다. 인간의 지식이나 기억이 이런 식으로 전달될 수는 없는 것이다.
2000년에 노벨의학상을 받은 에릭 칸델은 달팽이와 비슷한 연체동물인 군소에게 여러 가지 학습을 시킨 결과 기억과 관련된 신경회로의 시냅스에서 신경전달물질인 글루타민이 증가하는 것을 관찰했다.
글루타민은 NMDA라는 수용체(受容體)를 통해 다른 신경으로 전달되는데 학습이 되풀이되면 NMDA를 경유하는 화학적 작용이 단순해져서 두 신경세포 간의 상호 연결이 돈독해진다.
실제로 약을 사용해 NMDA 수용체를 억제시킨 쥐는 미로를 잘 찾지 못하며 NMDA 수용체를 활성화시킨 쥐는 이를 더 잘한다.
한편 미국 캘리포니아대의 게리 린치 박사는 우리 뇌의 수많은 신경 세포들이 새롭게 연결되는 것이 학습에 중요한 것이라고 주장한다. ‘뇌’라는 책에서 베르나르 베르베르도 언급했지만 사실 1000억개나 되는 뇌신경 세포의 회로를 모두 적절히 사용했다면 인간 체스 챔피언이 컴퓨터에 지는 일은 없었을 것이다.
김종성 울산대 의대 서울중앙병원 신경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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