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가 흐르는 한자]百 年 河 淸(백년하청)

  • 입력 2002년 10월 27일 17시 40분


百 年 河 淸(백년하청)

河-물 하 淸-맑을 청 災-재앙 재

覇-우두머리 패 灣-물굽이 만 壽-목숨 수

우리나라는 땅덩어리가 작아 天災地變(천재지변)을 제외하고는 대자연의 위력을 느끼기가 쉽지 않지만, 중국이나 미국과 같은 큰 나라에서는 곳곳에서 그 위력을 실감할 수 있다.

중국 이야기를 해 보자. 일찍이 세계 4대문명의 하나인 黃河文明(황하문명)을 일으킨 민족인 만큼 중국 사람들이 黃河에 대해 느끼는 감정은 종교를 무색케 한다. 黃河는 그들에게 민족의 젖줄이자 어머니의 따뜻한 품속과도 같다. 黃色을 숭상하는 것이라든지 자신들의 조상을 黃帝(황제)라고 부르는 것 등은 이들이 黃河와 얼마나 밀접한 관계를 지니고 살아왔는지를 단적으로 證明(증명)해 준다.

그러나 자연이 인간에게 혜택만 주는 것은 아니다. 黃河가 인류에게 ‘文明’이라는 선물을 준 대신 엄청난 災殃(재앙)도 함께 안겨 주었으니 洪水(홍수)가 그것이다. 역사상 중국민족은 수백번이나 洪水에 시달려야 했다. 중국의 신화를 보면 중국 사람들이 얼마나 洪水에 대해 처절하게 저항했는지 잘 나타나 있다. 그 대표적인 것이 禹(우)의 ‘九年治水’(구년치수)라 하겠다. 그래서 黃河의 물길을 잡는 자가 천하를 制覇(제패)한다고 믿었을 정도였다.

黃河는 靑海省(청해성)에서 발원, 동으로 동으로 장장 5500㎞나 흘러 渤海灣(발해만)으로 유입된다. 여기에다 황토고원을 통과하기 때문에 매년 90억t의 물중 16억t의 토사를 실어 나른다 하여 ‘물 반 흙 반’이라 했다. 그래서 黃河의 바닥은 매년 1㎜씩 높아진다고 한다. ‘黃河’라는 이름도 그래서 지어졌다. 물론 黃河는 아득히 먼 옛날 周(주)나라 때에도 누런 색이었다.

俟河之淸(사하지청)-황하가 맑기를 기다리나 한이 없고

人壽幾何(인수기하)-사람의 목숨으로는 도리가 없네.

엄청난 토사 때문에 黃河는 원성의 대상이었다. 하지만 그것이 맑아지기를 기다린다는 것은 얼마나 부질없는 짓인가. 대자연의 위력 앞에 한낱 보잘것없는 것이 인간일진데. 그것도 인간의 수명이 백년도 못되는데. 설사 백년을 기다린들 黃河가 맑아질 것인가.

그래서 百年河淸은 두 가지의 뜻을 담고 있다. 인간이 백 살을 산다는 것이 불가능한 만큼 黃河의 물이 맑아지기를 기대하는 것도 불가능하다는 뜻과, 또 하나는 百年(매우 오래된 시간)이 지나도 黃河의 물은 맑아질 수 없다는 뜻이다. 아무리 기다려도 가능성이 보이지 않을 때 하는 말이다.

鄭 錫 元 한양대 안산캠퍼스 교수·중국문화

sw478@yahoo.co.kr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지금 뜨는 뉴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