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가임대차보호법 시행 앞두고 혼란 여전

  • 입력 2002년 10월 28일 15시 06분


상가건물임대차보호법 시행일(11월 1일)이 불과 사흘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이를 둘러싼 혼란과 잡음이 끊이지 않고 있다.

국세청은 최근 월세를 보증금으로 환산할 때 부가가치세를 포함해야 하는지에 대해 혼선이 빚어지자 부가세를 포함해서 계산하라는 지침을 전국 세무서에 내려보냈다.

국세청은 다만 부가세를 제외하고 계산한 환산보증금이 이 법에 규정된 보호대상 기준금액 이하일 때도 확정일자는 해주도록 지시했다. 상가임대차보호법은 환산보증금이 일정금액 이하인 상가만 보호하기 때문에 부가세를 포함하면 보호대상이 안 되지만 빼면 보호대상이 되는 상가가 적지 않다.

문제는 부가세를 제외해서 일단 확정일자를 받았다 하더라도 나중에 상가가 공매나 경매에 넘어가면 확정일자의 효력이 없다는 점이다.

국세청 당국자는 “법적 효력이 없다는 점을 확정일자 신청인들에게 충분히 설명하도록 일선 세무서에 지시했다”고 밝혔으나 일부 세무서는 이를 설명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민주노동당 임동현(林東炫) 정책부장은 “일부 상가 세입자들이 효력도 없는 확정일자를 믿고 있다가 예기치 않은 피해를 볼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상가임대차보호법 부칙의 ‘이 법 시행 후 체결되거나 갱신된 임대차부터 적용한다’는 조항과 관련, 계약체결일을 언제로 볼 것이냐에 대해서도 한때 혼선이 있었다.

서울에서 상가를 운영하는 고모씨는 “계약체결일 기준을 법률구조공단과 세무서에 문의했더니 처음에는 ‘잔금 지급일’이라고 했다가 나중에는 ‘100% 확신할 수는 없지만 계약서를 쓴 날짜’라고 답변했다”고 전했다.

‘임대인은 기존의 차임(借賃) 또는 보증금의 12%를 초과하여 차임 또는 보증금을 증액할 수 없다’는 시행령 조항도 일반 상인들이 혼란을 느끼는 부분.

재정경제부 실무부서도 처음에 “둘 가운데 하나만 12% 올릴 수 있다는 뜻인 것 같다”고 했다가 시행령을 제정한 법무부에 물어본 다음에는 “둘 다 각각 12%씩 올릴 수 있다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이밖에 상가임대차보호법의 적용을 피하기 위해 건물주가 임대료를 무리하게 올리거나 계약일을 11월 1일 이전으로 앞당기는 사례가 최근까지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다.

한편 재경부와 국세청 관계자들은 “상가임대차보호법은 정부입법이 아닌 의원입법”이라며 “의원들이 사전에 행정부와 충분히 협의를 하거나 준비할 시간적 여유를 주지 않은 채 법부터 만드는 바람에 많은 부작용이 생겨나고 있다”고 입을 모았다.

상가건물임대차보호법에 관한 주요 궁금증과 법무부 해석
궁금한 내용해석
-부칙의 ‘이 법 시행후 체결되거나 갱신된 임대차부터 적용’에서 계약체결일은 계약서를 쓴 날짜인가, 잔금지급일인가.▶계약서를 쓴 날짜
-월세를 보증금으로 환산할 때 부가가치세가 포함되나, 안되나.▶포함
-보증금과 월세는 각각 연 12%까지 올릴 수 있나, 둘 가운데 하나만 올려야 하나.▶각각 12%까지 인상 가능
-보증금을 월세로 전환할 때는 연 15%의 제한을 받는다. 월세를 보증금으로 전환하는데도 이같은 제한이 있나.▶제한 없음

천광암기자 ia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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