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 전쟁에는 첨단기술이 중요하다고 하지만 그것이 항상 인간을 대신할 수는 없는 법. 예컨대 인질구출작전에서 인질범과 인질을 구별할 줄 아는 첨단무기는 아직 없다. 세계 각국이 특수부대 육성에 심혈을 기울여 온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영국의 공수특전단(SAS), 미국의 해상·공중·지상 특수작전팀(SEAL), 프랑스의 외인부대 등이 그런 존재들인데, 특수부대원 한 명이 일반 보병 1개 분대 이상의 작전수행 능력을 갖추고 있다는 게 ‘정설’이다. 특수부대가 사람들의 호기심을 자극하는 한 이들이 영화의 소재에서 제외되는 일은 앞으로도 없을 것 같다.
▷이번에 모스크바 극장에서 발생한 체첸 반군의 대규모 인질극도 연방보안부(FSB) 산하 특수부대인 ‘알파부대’가 해결했다는 외신 보도다. 40분간의 작전에 범인 전원을 소탕했다는 것이다. 그런데 이번 인질구출 작전에는 범인과 인질에 무차별적인 ‘독가스’가 사용됐다는 점이 이례적이다. 범인들의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으면서도 인질을 구해내야 했던 러시아 정부의 고민을 말해주는 듯하다. 진압에 걸린 40분간의 상황은 인질로 붙잡혀 있던 인테르팍스통신의 여기자를 통해 전 세계 언론에 생생하게 전달됐다고 하니 마치 한 편의 드라마를 보는 듯하다.
▷특수부대의 활동 영역은 탈냉전 시기에 들어와 대테러전, 마약전쟁 등 비정규전의 중요성이 커지면서 더욱 넓어지고 있다. 심지어는 대량살상무기의 비밀스러운 유통을 감시하고 확산을 막는 것도 특수부대에 부여된 새 임무 중 하나다. 세계 각국이 지난 10여년간 재래전력은 줄이면서도 특수부대에 대한 지원 및 육성은 한층 강화하고 있는 것도 이 같은 추세를 반영한다. 세계적으로 가장 불안정한 동북아 지역에 위치한 우리나라의 특수부대는 어떤 능력을 갖고 있는지 궁금하다. 우리 곁에는 10만명에 달하는 대규모 특수부대를 자랑하는 북한이 있는데 말이다.
송문홍 논설위원 songm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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