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증시에서 간접투자 자금의 증감은 종합주가지수의 오르내림을 6개월 차이로 뒤따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증시가 바닥을 치고 올라도 펀드 자금은 여섯 달이 지나야 늘어나기 시작하고 반대로 시장이 꼭지를 치고 내려도 자금은 6개월 뒤까지는 늘어난다는 것. 이런 ‘뒷북치기’ 현상은 펀드가 신뢰를 회복하지 못하는 원인 중의 하나로도 지적된다.
▽증시 뒷북치는 자금〓신동준 한국투신증권 연구원이 주가지수와 주식 간접투자 자금(주식형 주식혼합형 채권혼합형 펀드 수탁액의 합계)을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자금의 변곡점이 지수의 변곡점을 6개월 차이로 뒤따른다는 가정의 상관관계는 0.82였다.
둘 사이의 상관관계가 0이면 전혀 관련이 없고 1이면 100% 관련이 있다는 뜻으로 0.82는 상관관계가 아주 높다는 뜻이다.
실제로 1999년 12월말 지수는 1028.07을 나타낸 뒤 내림세였으나 자금은 6개월 뒤인 2000년 5월 65조9990억원으로 꼭지였다. 2001년 9월말 지수가 497.68을 나타내며 오름세로 돌아섰지만 자금은 3개월 뒤인 12월 48조1888억원을 바닥으로 늘어나기 시작했다.
올해도 마찬가지. 지수가 올 4월말 842.34를 나타내며 내림세를 나타냈지만 이후 자금은 계속 늘어나다가 9월 60조2558억원을 꼭지로 내림세다.
▽왜 그렇고 어떻게 해야 하나〓우선 투자자들의 심리가 가장 큰 원인. 개인투자자들은 주가지수가 오르면 처음에는 관망하다가 증시가 많이 올라 후끈 달아올라야 투자에 나선다. 또 주가지수가 내리면 고민만 하다가 손해를 키워 파는 것이 보통이다. 이 점에서는 주식에 직접 투자하는 투자자나 간접투자자나 다를 것이 없다.
증권사나 은행 등 펀드 판매사들도 주가지수가 어느 정도 올라야 본격적인 펀드 마케팅에 나서는 것이 일반적이다. 삼성 대한 한국 등 주요 투신사들이 현재 ‘주식형 대표 펀드’라고 부르는 상품들은 대부분 올 초 주가지수 700대 이상에서 설정됐다.
이창훈 동원투신운용 상무는 “결국 뒤늦게 펀드를 샀다가 손해만 보고 나오는 투자자가 늘어나면서 펀드 자체가 불신을 받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신 연구원은 “펀드나 주식이나 싸게 사서 비싸게 팔아야 돈을 번다”며 “주식형 펀드에 투자할 생각이 있다면 장기적 안목을 가지고 증시와 펀드 값이 더 오르기 전에 서두르는 것이 낫다”고 조언했다.
신석호기자 kyl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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