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기업실적보면 ‘생활의 지혜’ 보여요”

  • 입력 2002년 10월 29일 18시 09분


동부증권 유통담당 김호연 애널리스트는 반드시 홈쇼핑을 통해 가전제품을 산다. 유통업체 수익구조에 대해 분석해보니 가전제품은 홈쇼핑에서 가장 싸게 판다는 게 그의 주장.

그의 본업은 주가 예측을 위한 기업분석이다. 그러나 본업에 충실하다보니 이처럼 뜻밖의 ‘생활의 지혜’를 종종 얻는다고 한다.

전문가들은 “기업실적에 근거한 정석투자를 하면 다양한 생활의 지혜를 얻을 수 있다”고 조언한다.

▽덜 남기는 회사〓증권사가 제공하는 홈쇼핑 업체에 관한 애널리스트 보고서를 보면 몇 가지 유용한 정보를 얻을 수 있다.

우선 가전제품은 홈쇼핑에서 사는 게 가장 유리하다. 가격은 다른 할인매장과 비슷하지만 홈쇼핑은 기본적으로 무이자 할부가 된다는 장점이 있다. 운이 좋아 경품이라도 걸리면 원가보다 더 싼 가격에 제품을 살 수도 있다.

동부증권 분석에 따르면 홈쇼핑 업체가 가전제품을 팔 때 실질 마진율은 18% 정도로 다른 상품을 팔 때보다 7∼10%포인트가량 마진이 낮다. 운송비 등을 뺀 실질 마진율은 3∼4%에 불과하며 특히 컴퓨터 실질 마진율은 0에 가깝다는 분석.

재무제표를 통해 싼 물건 파는 회사를 찾을 수도 있다.

기업을 분석할 때 가장 중시하는 수치 가운데 하나가 영업이익률. 영업이익률이 10%이면 그 회사는 100원어치를 팔아 평균 10원을 남긴다는 뜻이다.

시스템 SJ 등 브랜드를 앞세워 여성의류 업계의 선두주자 자리를 굳힌 한섬의 영업이익률은 30%에 가깝다. 100원을 팔면 30원가량을 남기는 셈. 반면 같은 숙녀복 업체인 마담포라는 100원 팔아 13원 정도밖에 남기지 않는다. 브랜드와 상관없이 실속 있는 옷을 사 입고 싶은 소비자라면 적게 남기는 회사 옷을 사면 된다.

백화점 수익구조에 관한 보고서를 살펴보면 백화점이 의류업체에게 매장을 내줄 때 매출의 약 35%를 수수료로 받는다는 점을 알 수 있다. 백화점에서 10만원짜리 옷을 사면 그 가운데 3만5000원가량은 무조건 백화점이 가져간다.

따라서 옷, 특히 신사복을 살 때 좀더 싸게 사고 싶다면 백화점 매장 없이 독자 매장을 운용하는 회사 옷을 고르면 된다.

▽주주와 소비자는 반대의 관점〓물건을 고르는 소비자에게는 당연히 덜 남기는 회사, 마진율이 낮은 회사, 할인 판매를 자주 하는 회사가 좋다.

반대로 주주가 되려고 할 때는 마진율이 높은 회사, 즉 강력한 브랜드 파워를 앞세워 원가에 비해 훨씬 많이 남기는 회사를 골라야 한다.

홈쇼핑 업체가 컴퓨터나 가전제품 판매를 자주 한다고 하자. 일반 소비자라면 즐겁게 물건을 사서 쓰면 되지만 홈쇼핑 주주라면 ‘내가 투자한 회사의 마진이 낮아져 이익이 줄어들 가능성이 높다’는 우려를 해야 한다.

대학투자저널 최준철 발행인은 “주주와 소비자는 기업을 바라보는 관점이 완전히 반대”라며 “소비자에게 욕먹는 회사가 주주에게는 오히려 고마운 보배가 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이완배기자 roryrer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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