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나 프랑스인들에게는 나폴레옹만큼 존경스러운 영웅도 없다. 이달 초 프랑스에선 4000만달러라는 TV역사상 최고액으로 만든 나폴레옹에 관한 TV시리즈물이 방영돼 수많은 ‘나포마니아(나폴레옹狂)’를 낳았다. 오늘의 프랑스 현실과 달리 유럽은 물론 중동과 북아프리카까지 프랑스의 영향력을 떨치게 한 위대한 인물이기 때문에 그토록 열광한다는 것이 뉴욕타임스의 분석이다. 이런 나폴레옹에 대해 영국의 역사학자 프랭크 맥린은 카리스마 넘치는 리더이자 교활한 전략가, 그리고 남의 머리카락 뽑는 고문을 즐겼던 사디스트라고 썼었다.
▷그 나폴레옹의 머리카락을 분석한 결과 그가 영국인들에게 독살당한 것이 아니라는 게 밝혀졌단다. 지금까지 프랑스의 적잖은 역사학자들은 영국령 세인트헬레나섬에서 세상을 떠난 나폴레옹의 사인이 비소 중독, 그것도 영국인에 의한 독살이라는 의혹을 품어왔다. 그런데 프랑스 최고의 과학자들이 정밀분석 끝에 자연사한 것으로 결론지었다는 거다. 머리카락에 함유된 비소는 당시 흔히 쓰였던 대머리용 발모제인 것 같다니, 천하의 영웅도 머리 빠지는데 대해선 끌탕을 했던 모양이다.
▷강한 나라에 대한 프랑스인의 향수를 이해못하는 바는 아니나 나의 강력한 지도자는 남 에게는 극악한 정복자일 수 있다. TV시리즈 방영 직후 이탈리아에선 침략자를 영웅시한다는 비판이 나왔을 정도다. 그러나 이탈리아 내부에선 강한 이탈리아를 만든 파시즘을 재평가해야 한다는 움직임이 있다. 우리나라에도 강한 지도자에 대한 향수가 있다고 믿는 것일까. 대통령후보로 나선 장세동씨는 ‘보수층 일부의 5공 향수세력’의 지지를 모으고 있고, 박근혜씨 역시 부친의 ‘강력 리더십’의 후광 덕에 몸값을 올리는 중이다. 아무리 강해도 “오랜 기간에 걸쳐 함께 한 경험과 노력의 결과로 이루어진 정부가 아니면 결코 뿌리를 내릴 수 없다”던 나폴레옹이 스스로 황제에 올랐다가 몰락한 역사의 역설을 그들은 알고나 있는지.
김순덕 논설위원 yur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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