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국정원 도청' 國調 제대로 하라

  • 입력 2002년 10월 29일 18시 58분


국가정보원 도청 의혹에 대한 국정조사가 제대로 될 수 있을지 의문이다. 무엇보다 국정조사를 보는 두 당의 시각부터 크게 다르기 때문이다. 한나라당은 국정조사를 하자는 반면 민주당은 현장조사를 고집하고 있다. 민주당 정균환 총무는 어제 이번 국정조사가 사실상 현장조사라는 점을 되풀이해 강조했다. 증인 채택도, 청문회도 없다는 것이다. 이는 국정원측 입장을 대변하는 것과 다를 게 없다. 한나라당 입장도 미지근하게 변한 듯싶다. “(민주당이) 하도 떼써서… 제한적이나마 (국정조사를) 해 볼 생각”이라는 이규택 총무의 발언에서 그런 기미를 엿볼 수 있다.

이런 분위기라면 국정조사가 실시된다 해도 형식적으로 흘러갈 수 있고 그럴 경우 의혹의 진상을 밝히기는커녕 오히려 ‘국정원 도청’ 의혹에 면죄부만 줄 소지가 다분하다. 민주당은 국정원 대변자 역할에 매달려서는 안 된다. 한나라당 또한 이번 문제를 정치적 흥정의 대상으로 삼아서는 결코 안 될 것이다. 제대로 된 국정조사를 못할 바에야 차라리 안 하느니만 못하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국정원도 인식을 바꿔야 한다. 당초 “의혹이 풀릴 때까지 무제한 조사를 받겠다”던 신건 국정원장은 국정조사 얘기가 나오자 “정보기관에 대한 국정조사는 선진 외국에서도 그 사례를 찾아볼 수 없다”며 강한 불만을 나타냈다. 그러나 선진 외국에서 정보기관에 대한 국정조사를 하지 않는 것은 그럴 필요가 없기 때문일 것이다. 지금처럼 국정원이 ‘도청 공포’의 중심으로 의심받는 처지라면 혐의를 벗기 위해서라도 국정조사에 적극 협력하는 것이 옳다. 그렇지 않고 마치 입법부 위에 군림하는 듯한 태도를 보이는 것은 국가정보기관에 대한 국민신뢰만 떨어뜨릴 뿐이다.

국민 기본권을 위협하는 ‘도청 공포’는 시급히, 그리고 확실하게 해소되어야 한다. 국민은 ‘국정원 도청’ 의혹에 대한 국정조사를 반드시 제대로 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국회는 그 점을 알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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