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분위기라면 국정조사가 실시된다 해도 형식적으로 흘러갈 수 있고 그럴 경우 의혹의 진상을 밝히기는커녕 오히려 ‘국정원 도청’ 의혹에 면죄부만 줄 소지가 다분하다. 민주당은 국정원 대변자 역할에 매달려서는 안 된다. 한나라당 또한 이번 문제를 정치적 흥정의 대상으로 삼아서는 결코 안 될 것이다. 제대로 된 국정조사를 못할 바에야 차라리 안 하느니만 못하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국정원도 인식을 바꿔야 한다. 당초 “의혹이 풀릴 때까지 무제한 조사를 받겠다”던 신건 국정원장은 국정조사 얘기가 나오자 “정보기관에 대한 국정조사는 선진 외국에서도 그 사례를 찾아볼 수 없다”며 강한 불만을 나타냈다. 그러나 선진 외국에서 정보기관에 대한 국정조사를 하지 않는 것은 그럴 필요가 없기 때문일 것이다. 지금처럼 국정원이 ‘도청 공포’의 중심으로 의심받는 처지라면 혐의를 벗기 위해서라도 국정조사에 적극 협력하는 것이 옳다. 그렇지 않고 마치 입법부 위에 군림하는 듯한 태도를 보이는 것은 국가정보기관에 대한 국민신뢰만 떨어뜨릴 뿐이다.
국민 기본권을 위협하는 ‘도청 공포’는 시급히, 그리고 확실하게 해소되어야 한다. 국민은 ‘국정원 도청’ 의혹에 대한 국정조사를 반드시 제대로 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국회는 그 점을 알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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