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년 말 대부분의 전문가는 2001년도 집값이 떨어질 것으로 예측했지만 2001년 한해 동안 집값은 1992년 이후 최고 상승률을 기록했다는 점을 근거로 들었다.
그리고 올해도 비슷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는 현실로 나타났다.
2001년 예측과는 상반된 상황이었지만 전문가들이 얼굴을 들고 다니기 어려운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대부분 올해 전국의 연간 집값 상승률은 한 자릿수를 넘기기 어렵다고 예상했다. 2001년에 너무 많이 올랐기 때문이라는 설명이 따라붙었다.
하지만 올들어 9월 말까지 전국의 집값 상승률은 15.6%나 됐다. 작년 한 해 상승률(9.9%)을 훌쩍 넘어선 수치다. 특히 서울은 작년 연간상승률(12.9%)의 배에 가까운 22.2%나 오를 만큼 폭등했다.
그렇다면 전문가들이 주먹구구식으로 시장을 예측하는 것일까. 그렇지는 않아 보인다.
그들의 보고서를 보면 국내외 경기 예측과 통화량, 주택공급량, 인플레이션, 세제(稅制), 정책 움직임 등을 꼼꼼히 분석하고 있다.
그렇다면 전문가들이 틀리는 전망을 계속하는 이유는 뭘까.
이들은 정부의 과도한 주택 정책 개입이 문제라고 지적한다. 각종 규제를 앞세워 정부가 시장을 끌어가면서 예측 가능한 시장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것. 오죽하면 정부 주택정책의 ‘싱크 탱크’ 역할을 맡는 국토연구원에서도 최근 “정부의 과도한 개입으로 주택시장이 왜곡되고 있다”며 자제를 촉구하는 보고서를 발표했을까.
하지만 정부의 주택정책 실무 담당자들은 “주택정책은 수요관리, 공급관리, 금융관리의 3부문이 있다. 공급과 금융은 일관성이 필요하지만 수요관리는 실물경기에 미치는 영향이 큰 만큼 국내 경기 상황에 따라 왔다갔다할 수밖에 없다”고 주장한다.
주택시장 전문가들이 결과적으로 ‘엉터리 전망’을 하는 일은 앞으로도 적지 않을 것 같다.
황재성기자 jsonh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