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들의 눈에 비친 현직 경제장관들의 모습은 어떨까. 불행히도 능력과 소신, 언행에서 본받을 만한 장관이 많지 않다는 이야기를 자주 듣는다.
최근 ‘색깔’ 발언으로 물의를 일으킨 전윤철 경제부총리부터 보자. 그의 ‘폭언’을 처음 전해들었을 때 필자는 귀를 의심했다.
전 부총리는 ‘핏대’라는 별명이 있을 만큼 화법(話法)이 직설적이다. 또 지금 대통령에 대한 충성심과 애정이 강하다는 것도 잘 안다.
하지만 경제정책을 총괄하는 부총리가 정부와 생각이 다르다고 “색깔이 의심스러운 교수” 운운하며 매도하는 것은 도가 지나쳐도 한참 지나치다. 그는 또 이 정권의 실정(失政)을 비판하는 지식인과 중산층을 반(反)개혁세력으로 몰아붙이면서 “사촌이 땅을 사면 배 아프다는 근성에서 나온 것”이라는 말도 했다. 민주주의 국가에서 권력은 ‘누림’이 아니라 ‘봉사(奉仕)’여야 한다. 정부여당에 대한 비판이 더 혹독한 것은 잘못 행사할 수 있는 힘의 부작용을 줄이기 위한 최소한의 견제장치다.
경제현실과 정책에 대한 평가는 시각에 따라 다를 수 있다. 그러나 그의 발언에서 느껴지는 독선과 아집은 물론 생각을 표현하는 방식에서조차 기본적 자질을 의심케 했다.
신국환 산업자원부 장관이 약 석 달 전 보여준 행태는 더 ‘코미디’였다. 이른바 ‘중립내각’의 현직각료가 한때 공동여당 정치인이 모인 자리에 간 것부터 오해받을 소지가 있다. 게다가 보도진을 피해 40분간 화장실에 숨었다가 기자들의 멱살을 잡고 “이 XX들”이라는 폭언도 퍼부었다. 한 나라의 각료가 보인 모습으로는 너무 씁쓸하고 한심하지 않은가.
공정거래위원회의 이미지와 위상을 밑바닥까지 추락시켰다는 평이 따라다니는 이남기 공정거래위원장. 한때 위원장 자격 논란마저 빚었던 그는 걸핏하면 ‘경제계 군기 잡기’에 나섰고 기업에 대한 계좌추적 필요성을 주장했다. 하지만 산업은행으로부터 대출을 받는 과정에서 온갖 의혹을 낳은 현대상선에 대해서는 어떤 까닭인지 “조사대상이 아니다”며 한없이 너그러워졌다. 이 밖에 조직 내부에서조차 퇴진압력이 나온 이근영 금융감독위원장, 경제분야에서 대통령의 눈과 귀를 가렸다고 일부의 비판을 받은 이기호 대통령경제복지노동특보 등 물의를 안 빚은 고위 경제관료가 드물다.
도대체 한 나라의 경제정책을 이끄는 장관들이 어쩌다 하나같이 이럴까.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결국은 인사의 실패라고밖에 할 수 없다.
현재 경제팀 멤버 중에는 중견관료 시절에 각 부처에서 ‘장관감’으로 꼽혔던 사람은 많지 않다. 지역적 연고가 발탁에 큰 영향을 미쳤거나 ‘여권(與圈) 낙선자’ 등 정치적 요인에 의한 입각이 오히려 두드러진다. 보다 넓은 인재풀에서 경제장관을 기용했다면 이런 지경까지 가지는 않았을 것이다.
중국 한고조 유방(劉邦)의 손자 유안(劉安)이 학자들을 동원해 편찬한 백과전서류 고전 ‘회남자(淮南子)’에서는 ‘능력이 모자라면서 지위가 높은 것’과 ‘큰 공이 없으면서 높은 자리와 녹봉을 받는 것’을 ‘천하(天下)의 위험’에 포함시켰다. 한국의 경제장관 가운데 이에 해당하는 사람은 과연 없는가.
권순활 경제부 차장 shkw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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