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시장은 사흘 전 자신이 검찰 소환에 불응하는 이유에 대해 “정치적인 문제라 답변하기 곤란하다”고 했다. 이 말은 검찰이 대통령선거를 앞두고 야당 소속의 자치단체장을 길들이려 하려는 것이 아니냐는, 이 시장 나름의 ‘검찰 불신’으로 해석된다. 그러나 이 시장 본인의 ‘정치적 이유’야 어떻든 일단 혐의가 있으면 검찰 조사를 받아야 한다. 더구나 검찰은 지난 6·13 지방선거와 관련해 이 시장측 선거운동원 1명을 불법선거운동 혐의로 구속하고 한나라당 당직자 2명을 같은 혐의로 불구속기소했다. 그런데도 이 시장이 ‘나와는 상관없다’는 식으로 검찰 소환에조차 불응하는 것은 부끄러운 일이 아닌가.
우리는 이미 본란을 통해 검찰이 대선을 앞두고 ‘정치적 사건’이라는 이유로 수사에 머뭇거려서는 안 된다는 점을 지적했다. 이를 거꾸로 말하면 어떤 피의자도 정치적 이유를 앞세워 검찰 조사에 응하지 않거나 회피하려 해서는 나라의 근간인 법치가 무너질 수 있다는 것이다.
이제 취임한 지 넉달이 된 이 시장은 그동안 서울 시민의 기대에 크게 부응하지 못한 것이 사실이다. 즉흥적 밀어붙이기식 행정이라는 비판이 그치지 않았고 고위공직자의 품격에 맞지 않는 여러 구설수에 올랐다. 노골적인 특정후보 지지발언으로 물의를 빚기도 했다. 이 시장은 다음 번 검찰 소환에 반드시 응해야 한다. 그러는 것이 서울 시민에 대한 도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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