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커룸 엿보기]이버츠 눈물젖은 부상투혼

  • 입력 2002년 10월 30일 22시 51분


30일 동양과 코리아텐더의 프로농구 경기가 열린 대구실내체육관. 코리아텐더 유성대 의무트레이너는 경기직전 코트에 누워 몸을 푸는 에릭 이버츠(1m98)에게서 근심스러운 눈길을 떼지 못했다.

이버츠는 26일 부천에서 가진 SK빅스와의 경기에서 리바운드를 따내다 상대 발을 밟아 왼쪽 발목 인대가 찢어진 상태.

“보통 사람 같으면 고통이 심해 걷지도 못해요. 그런데 인상 한번 찡그리지 않고 경기에 나서겠다고 하네요. 그동안 참 많은 선수들을 봐왔지만 이런 친구는 처음입니다.”

유 트레이너는 연방 “참 대단하다”라며 혀를 내둘렀다.

한국코트에서 5시즌째를 보내 ‘반 한국인’이 다 된 이버츠가 어려운 팀 사정을 모를 리 없다. 이버츠는 부상당한 다음날 여수 홈에서 가진 LG전에서 자신이 빠지자 팀이 힘없이 무너지는 것을 보고 경기가 끝나자마자 유 트레이너를 찾아왔다. 그리곤 한마디 툭 건넸다. “무조건 다음 경기에는 코트에 나갈거예요.”

이버츠는 “7세 때부터 농구를 했는데 이렇게 큰 부상은 처음”이라고 했단다. 그런데도 코트에 나서다니 정말 놀라운 투지다. 그동안 두 번이나 시즌 득점왕에 오른 것도 다 이유가 있었던 것. 그래서인지 이날 코리아텐더는 이버츠의 3점슛 3개를 포함한 18득점에 8개의 리바운드를 잡아내는 맹활약에 힘입어 지난 시즌 챔피언 동양을 상대로 예상 밖의 압승을 거뒀다.

대구〓전창기자 je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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