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네리뷰]밀애 ‘격정’ 멜로인가 ‘걱정’ 멜로인가

  • 입력 2002년 10월 31일 17시 46분


평범한 가정주부의 일탈을 그린 '밀애'
평범한 가정주부의 일탈을 그린 '밀애'
●여성감독이 만든 첫 ‘불륜’영화… 남녀 전문가 평가 엇갈려

여성 감독으론 처음으로 불륜을 소재로 한 영화 ‘밀애’(8일 개봉)를 만든 변영주. 그녀는 종군위안부 할머니들의 삶을 담은 다큐멘터리 ‘낮은 목소리’ 연작을 통해 ‘정치적, 도덕적으로 올바른’ 영화로 처음 이름을 알렸다. 그런데 ‘불륜 영화’라니.

이번 주초 시사회가 열린 ‘밀애’에 대한 반응중 특이한 점은 성별에 따라 평가가 엇갈린다는 것. 남성들은 “실망스럽다”고 하는 반면, 여성들은 “여성의 마음을 아는 영화”라며 옹호한다. 각각의 목소리를 들어봤다.

●여성은…

최보은씨(‘프리미어’편집장)는 “정사 장면도 여성 감독이 만들면 이렇게 다를 수 있다고 느낄만큼 여성의 몸을 잘 알고, 여성의 욕망에 충실한 영화”라고 말했다.

심영섭씨(영화평론가)는 “영화 ‘결혼은, 미친 짓이다’가 불륜에 대한 원죄 의식이 없는 20대를 위한 발랄한 ‘우화’인데 비해, ‘밀애’는 죄의 대가에 대한 강박 관념이 바탕에 깔린 386 세대용”이라고 평했다.

김소영 교수(예술종합학교 영상원)는 “이제까지 성을 다룬 영화들은 남성의 쾌락에 초점을 맞췄는데 이 영화는 여성이 성적 정체성을 발견해가는 방향으로 나아간다”고 평했다.

●남성은…

전찬일씨(영화평론가)는 “당당하지 못하고 타협적이어서 실망스럽다”며 그 예로 정사 장면을 들었다. “여주인공이 자신을 ‘숨김’에서 ‘드러냄’으로 변모하는 순간이므로 정사 장면의 느낌이 중요한데, 이 영화에서는 여배우의 가슴을 노출하지 않기 위해 카메라의 움직임이 부자연스럽다. ‘해피 엔드’나 ‘결혼은, 미친 짓이다’가 영역을 넓혀놨는데도 이 영화는 20년전으로 회귀한 영화같다.”

심희장씨(시티극장 기획실장)는 “여주인공이 자신을 발견해가는 과정과 불륜이 어떻게 맞물릴 수 있는지 공감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감독은…

변영주 감독

“예상했던 일이다. 여성을 대상화하는 다른 멜로 영화에 비해 이 영화에서는 남자가 대상화되니까 당연히 불편해할 남성 관객들이 있을 것이다.” 그는 이번 영화에서 “한 여자가 이 칙칙한 사랑 때문에 허우적대면서도 어떻게 자기를 발견하고 살아가는가가 관심사였다”고 말했다.

“사람을 성장시키는 사랑의 기억은 언제나 상처받는 사랑이다. ‘쿨’한 사랑이 성장에 도움이 되는 적은 없다. 정사 장면도 여배우의 가슴을 보여주고 더 격렬하게 처리했다면 쉬웠겠지만 여성들의 감정선을 따라가고 싶었다.”

그는 “‘낮은 목소리’를 발표했을 때 종군위안부 할머니 문제에 관심도 없고 영화를 보지않은 이들이 훌륭한 일을 했다고 할 때마다 불쾌했다”며 “모두로부터 정치적으로 인정받고 싶지 않다”고 말했다.

●어떤 영화…

전경린의 장편소설 ‘내 생애 꼭 하루 뿐일 특별한 날’이 원작. 삶이 평온하게 이어질 것이라고 믿은 주부 미흔(김윤진)의 행복은 남편의 불륜 상대가 집에 찾아온 뒤 산산조각난다.

미흔의 가족은 지방 도시로 이사하지만 더 이상 과거의 행복으로 돌아갈 수 없는 미흔에겐 삶이 무의미하기만하다. 원인모를 두통에 시달리던 미흔은 동네 의사 인규(이종원)로부터 ‘섹스는 하되 사랑은 하지 않는’ 게임을 제안받고, 이 게임에 빠져든다. 결국 두 사람의 관계는 파경을 맞지만, 홀로 된 미흔은 어느 때보다 ‘살아있음’을 느낀다.

김희경기자 susanna@donga.com

'밀애'에 대한 전문가 별점
평가자평점
최보은 (여·프리미어 편집장)★★★★
심영섭 (여·영화평론가)★★★★
심희장 (남·시티극장 기획실장)★★☆
전찬일 (남·영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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