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이 오를 수 있는 최고 자리에 올랐다’는 말을 듣는 칼리 피오리나 휴렛팩커드(HP) 회장은 ‘투자회수율’을 뜻하는 이 말을 정보기술에 대한 투자 결과 비용(cost)이 얼마나 줄었는지를 가늠하는 의미로 ‘정보회수율(Return on Information)’로 재해석했다. 본래 ROI는 투자 결과 얻은 이익을 가늠하는 지표.
전국경제인연합회 한국CEO포럼 벤처기업협회가 31일 서울 하얏트호텔에서 주최한 오찬강연회에서 그는 “미래를 앞서가기 위해서는 전통의 가치가 지켜져야 한다”며 “그러나 과거의 영광을 지키기 위해 미래에는 변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또 “민첩하게 변화에 대응하고 앞서려면 ROI에 대한 깊은 이해가 필요하며 요즘 같은 변혁기에는 CEO의 리더십이 특히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가 말하는 전통의 가치란 믿음, 팀워크, 고객에 대한 열정, 개혁, 창조, 인간관계 등 과거 톱 기업들을 지탱해 준 덕목. “성공한 개인과 단체는 늘 이 가치를 지켜왔으며 특히 한국은 전형적인 모범사례”라고 설명했다.
그는 정보기술(IT)업계에는 이제 ‘기적’은 존재하지 않는다고 강조. 한 IT기업이 ‘무료 인터넷 전화’를 개발했다는 소식에 그 회사 주가가 수십일 동안 상한가를 치는 일은 이제 일어나지 않으며 IT는 비용을 줄이는 ‘보완재’ 역할을 한다는 것이다.
피오리나 회장은 디지털카메라를 예로 들면서 “필름을 꺼내 현상소에서 뽑은 사진을 들고 다니며 사람들에게 보여주는 복잡한 과정이 사진기로 찍어서 인터넷으로 돌려보는 식으로 단순하게 바뀌었다”며 “곧 모든 산업분야에서 이 같은 변화가 일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는 CEO를 중심으로 높은 ROI를 거두며 과감히 IT에 투자, 빠르게 변하는 기업이 주도권을 쥔다는 것이다.
피오리나 회장은 “경제불황 전쟁위협 회계 스캔들 등으로 인해 지금 경제는 안개 속이지만 CEO의 능력은 한 분기가 아닌 수년에 걸쳐 평가되는 만큼 ‘리더’들은 주가가 아닌 회사의 미래에 ‘베팅’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피오리나 회장은 미국 메릴랜드대학에서 경영학석사(MBA)를 마치고 20여년간 통신업체 AT&T에 근무했다. 1999년 7월 HP 회장이 되기 전까지 4년간은 네트워크업체 루슨트테크놀로지에서 글로벌 서비스 부문 사장을 지냈다.
나성엽기자 cpu@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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