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트시즌]야구팬들, KBS 독점중계권 횡포에 화났다

  • 입력 2002년 10월 31일 19시 17분


KBS가 프로야구팬들의 ‘공공의 적’이 됐다.

‘정규방송’을 이유로 채 끝나지도 않은 경기의 중계방송을 일방적으로 끊는 일이 연달아 발생했기 때문. 더구나 야구팬들의 관심이 집중된 포스트시즌 경기여서 분노는 더했다.

KBS는 지난 27일 기아 타이거스와 LG 트윈스의 플레이오프 2차전과 30일 4차전을 중계했다. 두경기 모두 KBS1을 통해 중계했고 예외없이 중간에서 중단했다.

특히 30일 경기의 경우 3회초가 끝난 뒤 시청자의 양해도 구하지 않은 채 제 10차 아시아·태평양 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에 참석하고 귀국한 김대중 대통령의 귀국 보고회 화면을 갑자기 틀기까지 했다.

9시뉴스를 앞둔 8회 중계를 끝낼때도 자막 한줄 넣지 않았다. KBS 라디오도 9회초 기아 공격에서 중계를 끊어 버렸다.

야구팬들은 명색이 프로야구 주관 방송사라는 KBS의 이런 행태에 대해 강도 높은 비난을 퍼부었다.

KBS의 인터넷 홈페이지에 개설된 시청자 상담실(http://bbs7.kbs.co.kr/ezboard.cgi?db=helpdesk)코너에는 중계방송이 중단된 30일 저녁 9시부터 31일 오후 5시까지 560건이 넘는 게시물이 올랐다. 조회수도 4만건이 넘는다.

일부에선 ‘KBS 한국시리즈 중계반대’서명운동을 벌이고 있고 또다른 야구팬들은 ‘KBS 시청 거부’ 운동을 펼칠 태세다.

네티즌 김지훈(ID:falcon07)씨는 “프로야구중계 독점권만 가지고 있으면 뭐하나, KBS스포츠채널이 있으면 또 뭐해. 어디다 써먹으려고 채널을 만들어 놓았을까? 관심도 없는 유럽축구만 틀어주고”라는 글을 남겼다.

또다른 네티즌 나그네(ID:shin1019)씨는 “SBS는 야구중계 다 끝내고 8시 뉴스하는데 공영방송이 뭐 이래. 민영방송보다 못한 KBS”라고 조롱했다.

문경빈씨(ID:fababo)도 “시청료 받으니까 돈이 남아돌아서 중계권료만 지불하고 중계도 안 하는군요.이렇게 하려면 시청료를 돌려줬으면 하는군요”라는 글로 불만을 나타냈다.

KBS 편성국 관계자는 31일 동아닷컴과의 전화 인터뷰에서 “프로야구 중계는 3시간을 편성하는 것이 기본이다. 한국시리즈 중계의 경우 상황에 따라 유동적이긴 하지만 끝까지 중계방송을 하겠다는 내부 방침을 정하진 않았다”고 밝혔다.

KBS는 올초 한국야구위원회(KBO)와 77억원에 독점 중계 계약을 맺으면서 정규리그 동안 지상파로 30회 이상 생방송을 하기로 약속 했다. 하지만 KBS의 중계방송 횟수는 방영권을 재판매한 SBS를 포함해도 15회에 그쳤다. 이에따라 KBS는 중계권료의 두 배인 154억원의 위약금을 물어야 할 처지.

한편 KBS는 코리안시리즈 1,3,5,7차전을 중계할 예정이다.나머지 2,4,6차전은 SBS가 중계한다.

박해식 동아닷컴기자 pistol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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