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 나이 쉰 살. 스스로 젊다고 생각하기엔 살아온 삶의 경험이 어쩐지 아깝게 느껴진다. 늙었다고 생각하자니 이번엔 남아있는 삶이 아깝다.
인생을 단순히 수치(數値)만으로 계산한다면 나이 오십은 분명 젊다기보다는 늙은 쪽이다. 그러나 인생의 3분의 2를 지내고 난 이후라고 해서 나머지 삶을 대충 보내야할 이유는 없다. 이 책은 인생, 특별히 여자 인생의 ‘남은 3분의 1’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저자는 서문에서 이 책의 집필 의도를 명확히 했다.
“나는 이런 책을 쓰고 싶었다. 어느 날 아침 잠에서 깨어 ‘빌어먹을, 벌써 쉰이네’ 하는 생각이 들 때 집어들고 읽을 수 있는 책 말이다.”
이어지는 저자의 표현대로라면 ‘나이는 나이 그 자체보다, 나이가 연상시키는 것들이 더욱 끔찍한 것’이다. 이 책에는 나이에 대한 사회적인 통념을 깨뜨리는 여성들이 등장한다. 물론 여자들(의 말)이 모두 과감하고 직접적으로 도전장을 던지는 것은 아니지만, 적어도 그들의 말을 곱씹다보면 중년 여성과 나이에 관해 다시 생각하게 된다. 저자는 다양한 중년 여성들을 만나 취재한 뒤 그들의 입을 빌어 메시지를 전달했다.
책은 수많은 중년 여성의 고백 또는 ‘수다’ 형식으로 이루어졌다. 스스로 중년이 됐다는 것을 인정하는 일부터 당혹감에 휩싸여 폐경기를 맞는 일, 느닷없는 남편의 죽음을 받아들이는 일, 쉰 살이 넘어 새 직업을 찾아 시작하는 일 등. 여러가지 주제에 대해 담담하게 자기의 경험을 털어놓는 여자들을 통해 우리는 중년 이후의 삶을 새로운 시각으로 바라보게 된다.
수다를 떠는 여자들 대부분이 ‘미국인’이라는 점은 어딘지 우리의 현실과는 동떨어졌다는 선입견을 갖게 한다. 하지만 태평양을 사이에 뒀다고 해서 중년 여성의 감정이 크게 다른 것 같지는 같다.
주성원기자 sw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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