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곳에는 학문에 뜨거운 열정을 가진 청년들이 있었다. 그들은 배움에 정진하고 몸과 마음을 가다듬었다. 맑은 바람이 불고 달이 비치는 누각과 대청에서 동학들과 밤 새워가며 격렬한 논쟁도 펼쳤다. 사당에 모신 선현의 인품과 가르침을 흠모하며 삶의 자세를 가다듬기도 했다.
이 땅에 남아있는 60곳의 서원을 선정, 정리한 이 책은 서원의 역사와 아름다움, 여기에 배어있는 정신을 우리에게 일깨워준다. 98년에 나온 초판에 포함되지 못했던 서원들을 추가하고 관련자료를 보완한 이 책에는 각 서원의 연혁, 사당에 모신 인물, 건축공간 등을 아우르는 글과 상세한 배치도가 600여장의 컬러사진과 함께 담겨 있다. 사진작가의 눈을 좇다보면 전통건축 공간의 아름다움도 새롭게 발견하게 된다.
서원은 두 가지 기능을 가졌다. 강당에서 학문하는 강학의 기능과 선현을 제사드리는 제향의 기능이다. 관립 교육기관이었던 향교와 달리 서원은 주로 마을에서 멀리 떨어진 조용하고 풍광 좋은 곳에 자리잡았다. 덕분에 서원은 자연과 하나 되려는 조선시대 성리학자들의 높은 안목과 미의식을 보여준다. 건물도 성리학의 예를 따라 엄격하고 질서있게 배치됐다. 서원의 건축물은 장대하거나 화려하지 않고 절제되고 단아한 모습을 보여준다.
우리 역사에서 서원이 긍정적인 측면만 가지고 있었던 것은 아니다. 그럼에도 서원은 도학을 이상으로 삼던 사대부 사림 세력의 정신세계가 반영된 곳이란 점에서 한국인의 정체성을 찾는데 빠질 수 없는 공간이다. 그런 점에서 저자의 말은 의미심장하다. “우리는 역사속의 서원을 통해 역사의 성쇠가 맑고 고결한 선비정신의 성쇠와 일치했음을 알 수 있다.”
고미석기자 mskoh119@donga.com
구독
구독
구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