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이념, 즉 기업이 ‘정말로 하고 싶고, 되고 싶은 모습’을 찾아내야 한다. 경제적인 유리함이나 불리함에도, 세상의 호평이나 악평에도, 장래의 성장이나 불안에도 구애받지 않고.”
유래를 찾을 수 없는 장기불황 속에서 일본의 경제기획청 장관을 지낸 사카이야 다이치는 자신의 이 명저에서 이렇게 결론짓는다.
이 책은 ‘전후’라는 특수한 상황, 냉전구도와 고도성장 환경 속에서 너무나도 많은 성공 체험을 쌓아온 일본의 조직들이 새로운 시대에 부응하여 스스로 어떻게 변화해야 할지를 생각해야 한다는 문제 의식속에 쓰여졌다.
저자는 20년이 넘는 조직론 연구와 오랜 세월의 관료 생활 경험을 바탕으로 기업, 정부, 군대를 망라한 모든 조직의 흥망성쇠에 관한 깊은 통찰을 담아 이 책을 썼다.
90년대 초반 한때 국내 번역출간되기도 했지만, 이후 기업체의 독회(讀會)등을 통해서도 이 책은 우리에게 알게 모르게 끊임없는 영향을 끼쳐왔다.
저자는 인사압력 신드롬과 성공지향의 실패 사례를 도요토미 히데요시 가문에서, 공동체화로 멸망한 기능 조직의 사례는 일본 제국 육해군에서, 지나친 환경 적응으로 소멸한 조직의 예는 일본 석탄 산업에서, 조직내 우두머리와 참모, 현장지휘자와 보좌역의 역할과 책임은 한고조 유방의 조직관리 사례에서 찾아낸다.
일본과 중국의 역사를 통틀어 흥하고 망한 조직연구에 기반을 두는 것이다. 이런 점에서 이 책은 독자들의 흥미를 자극할 충분한 요소를 갖추고 있다. 나아가 이 책은 재미, 교훈, 평이함, 사실에 기반한 풍부한 고증 등 좋은 책이 구비해야 할 모든 요소를 완벽히 갖추고 있다.
최악의 상황에 놓여있는 일본 조직들이 지식과 정보 사회, 소비자 주권과 고령화 사회에 맞춰 지속적으로 성장 발전하기 위해서는 수치 경영에서의 탈피를 통한 질 경영 추구, 생산자 중심에서 고객 중심으로의 전환, 조직 내·외부 인간관계 능력의 개발, 그리고 무엇보다도 기업의 경영이념을 우선적으로 정립해야 한다는 것이 저자의 권고다.
조직구성에 대한 일반적인 사항과 조직을 죽음에 이르게 하는 병, 그리고 새로운 환경에 맞는 조직의 조건들을 배울 수 있는 것 외에 일본과 중국의 역사와 일본기업 조직들을 살펴보면서 한국기업을 비롯한 한국 내 여러 조직의 적합성을 반추해 볼 수 있는 것은 부수적 수확이며 동시에 이 책을 읽는 또 다른 즐거움이다.
필자는 우리가 겪었던 통화위기를 ‘신이 내린 천재일우의 기회’였던 것으로 판단한다. 이 위기를 겪으면서 한국기업들은 이미 이 책에서 제기된 문제들을 많이 극복해서, 제법 글로벌 스탠더드에 적합한 조직으로 변신해가고 있다.
그런 점에서, 책의 상당 부분이 아직도 위기극복을 제대로 못하고 있는 일본 기업들에 집중함으로써 한국 기업들에는 이미 여러 부분 시의성을 잃은 내용일 수도 있다는 점에는 아쉬움이 남는다.
조 영 탁 경영지식 포탈 휴넷(www.hunet.co.kr)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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