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관위가 9월에 내놓은 개혁안은 선거비용을 크게 줄이고 음성적 정치자금을 차단해 깨끗한 대통령 선거를 치를 수 있을 것이라는 점에서 국민의 기대를 모았다. 하지만 각 정당은 겉으로는 개혁안에 찬동하면서도 실제로는 ‘기득권’을 잃을까봐 아예 논의 자체를 꺼려왔으니 한심한 일이다.
현행법으로 대선을 치르는 게 오히려 선거자금 조달 등에 더 유리한데 굳이 법을 바꿀 필요가 있느냐는 게 이들 정당의 속내인 것이다. 정치인 개개인으로서도 고액기부자 신상 공개, 위법 정치인 선거권 제한, 당선무효사유 확대 등 불리한 내용을 받아들이고 싶지 않다는 의지가 숨겨 있음을 부인하기 어렵다. 정쟁에 매달려 그렇게 치고받고 싸우면서도 이 문제에는 의원들의 뜻이 그렇게 일치하니 신기할 정도다.
우리는 무엇보다 선거개혁 작업이 어려워지면서 이번 대선도 예년과 같이 천문학적인 규모의 돈이 풀리는 ‘돈선거’가 되지 않을까 걱정이다. 대선 후보 모두 법정비용 준수를 약속하고 사용내용을 투명하게 공개하겠다고 다짐하고 있지만 지금의 선거관련법으로는 이를 피해나갈 구멍이 얼마든지 있기 때문이다.
정기국회 일정이 며칠 남지 않았지만 우리는 정치권의 의지와 결단만 있다면 지금이라도 얼마든지 선거개혁법안을 처리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선관위도 합의만 하면 바로 법안을 처리할 수 있도록 세세한 법조문까지 다 만들어 국회에 제출해 놓은 상태라며 ‘전격 합의’를 호소하고 있다. 관련법안을 다 처리하기 어렵다면 우선 핵심조항만이라도 개정하는 방법을 선택할 수 있을 것이다. 정치권은 ‘깨끗한 선거’를 바라는 국민의 여망을 외면 말고 이제라도 선거개혁에 나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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