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북 뉴타운' 11곳 5년간 거래제한

  • 입력 2002년 11월 1일 18시 42분


건설교통부가 1일 서울 등 수도권 일대 19억9829만평을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추가 지정한 것은 이 일대 땅값이 예상보다 가파른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는 판단 때문이다.

올 3·4분기(7∼9월) 전국 땅값은 3.33% 올랐다. 92년 이후 분기기준으로 최고치다. 특히 서울 강남구(8.61%)는 물론 경기 오산시(8.48%)와 화성시(8.04%) 등 수도권 시군 지역 땅값이 상승세를 주도했다.

이들 지역은 개인 실수요나 기업의 설비투자 수요에 의해 땅값이 오르기보다는 가격 상승을 기대한 투자수요가 몰린 때문이라고 정부는 보고 있다. 이에 따라 ‘투기세력’을 차단해 땅값 상승 여지를 근본적으로 없애겠다는 것이다.

여기에 경기도와 건교부가 추진 중인 신도시 건설과 관련해 사전에 땅값을 잠재워 놓겠다는 의도도 깔려 있는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의정부나 동두천 등 개발압력이 미미한 곳까지 대거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편입한 데다 정작 땅값을 잡아야 할 곳에 대해서는 효과적인 단속이 어려워 정부 의도가 제대로 반영될지는 의문이다.

▽어디가 해당되나〓크게 봐서 서울 강북 뉴타운 후보지 11곳(473만평)과 수도권정비계획법상 과밀억제권역 및 성장관리권역에 있는 시군의 녹지지역, 그리고 비(非)도시계획구역(19억9356만평)이다.

녹지지역은 도시계획구역 안에 있으면서도 논밭이나 나대지로 남아 있는 곳이다. 비도시계획구역은 지자체가 수립해 놓은 장기적인 개발 계획에서 제외된 곳을 뜻한다. 준농림지나 임야, 논밭이 대부분이다.

경기도 시군에서는 녹지지역과 비도시계획구역이 전체 면적의 90%를 차지한다. 따라서 이번에 토지거래허가구역에 편입된 도시는 주택과 행정기관이 들어서 있는 중심지를 뺀 나머지 대부분 지역에서 땅 거래가 제한되는 셈이다.

광주시와 양주군은 자연보전권역이면서도 전원주택 등이 우후죽순으로 들어서고 있다는 판단에서 토지거래허가구역에 편입시켰다.

▽1가구 2주택자는 땅 못산다〓토지거래허가구역에서는 일정 규모 이상의 땅을 살 때는 실수요자라는 것을 증명해야 한다. 하지만 이미 허가구역으로 지정된 곳의 전례를 살펴보면 해당 지역으로 이사를 하지 않는 한 사실상 토지 취득이 불가능하다.

이재영 건교부 토지정책과장은 “허가구역인 충남 아산시의 경우 다른 지역에 집을 한 채 갖고 있는 사람이 땅을 못 산 사례도 많았다”고 말했다. 땅을 산 후 바로 집을 지어 살지 않는 한 토지 취득이 근본적으로 제한된다는 설명. 또 집을 2채 이상 갖고 있다면 토지거래허가구역에 새로 땅을 사는 게 어렵다고 보면 된다.

만약 땅을 임의로 거래하다 적발되면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땅값의 30%를 벌금으로 내야 한다.

▽투기지역 지정도 검토〓이번 토지거래허가구역이 앞으로 투기지역으로 추가 지정될 가능성도 높다.

투기지역 지정 요건은 ‘직전 분기 땅값 상승률이 전국 평균보다 30% 이상 높은 곳’이다. 3·4분기 전국 평균 땅값 상승률이 3.3%라는 점을 감안하면 4.3%가 기준이다. 서울 16개구와 경기 25개 시군이 해당된다.

투기지역에 포함되면 양도세를 무조건 실거래가 기준으로 내야 한다. 따라서 토지거래허가구역과 투기지역에 모두 해당하는 지역에서는 땅을 팔 때도 상당한 비용을 감수해야 한다.

건교부도 이번 토지거래허가구역이 투기지역으로 중복 지정될 수도 있음을 내비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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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규모는 ‘매머드급’이지만 내용은 엉성〓기존 토지거래허가구역을 합쳐 수도권 전체 면적의 83%가 땅 거래 제한지역이 됐지만 실제로 땅값을 억제할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회의적인 시각이 적지 않다.

우선 허가를 받아야 하는 토지 규모가 문제다.

주거지역은 54.45평, 녹지지역이라고 해도 60.50평 이하의 땅은 허가 없이 사고팔 수 있다. 소규모 토지 거래가 얼마든지 가능한 셈이다. 실제 서울 강북 뉴타운만 해도 10∼20평 단위의 토지 거래가 대부분이다.

토지거래허가구역이 개발 압력이 없는 녹지지역과 비도시계획구역에만 집중돼 있다는 것도 정책 실효성을 의심하게 하는 대목이다. 토지 거래가 활발한 곳은 주택이나 상업시설이 형성된 기존 시가지이기 때문이다.

정부나 지자체가 대규모 개발계획을 쏟아 놓고는 인위적으로 땅값 상승을 막는 것도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다. 박헌주 국토연구원 실장은 “나대지에 새로 건축물이 들어서는데도 땅값이 안 오를 수는 없다”며 “강북 뉴타운이나 신도시 후보지 땅값이 뛰는 것을 억제하기는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고기정기자 koh@donga.com

차지완기자 maruduk@donga.com

토지거래허가구역 예정지역
도시대상 지역면적(㎢)
서울녹지지역86.42
서울 뉴타운 후보지성북구 정릉동 길음동9.66
성동구 상왕십리동 하왕십리동 홍익동 도선동1.08
동대문구 용두동 신설동1.60
중구 신당동 황학동2.72
종로구 숭인동0.59
인천녹지지역과 비(非)도시계획구역570.98
경기의정부시 구리시 하남시 고양시 수원시 성남시 안양시 부천시 광명시 과천시 의왕시 군포시 시흥시 동두천시 안산시 오산시 평택시 파주시 연천군 포천군 양주군 김포시 화성시 양평군 광주시 남양주시(화도읍 수동면 조안면 제외) 용인시(중앙동 역삼동 유림동 동부동 포곡면 모현면 백암면 양지면 원삼면 가재월리·사암리·미평리·좌항리·맹리·두창리·고당리·문촌리 제외) 안성시(일죽면 죽산면 죽산리·용설리·장계리·매산리·장릉리·장원리·두현리 삼죽면 용월리·덕산리·율곡리·내장리·배태리·내강리 제외) 중 녹지지역과 비(非)도시계획구역5,932.87

토지거래 허가 대상 면적
지역면적
도시계획구역 안주거지역180㎡(54.54평) 초과
상업지역200㎡(60.60평) 초과
공업지역660㎡(200평) 초과
녹지지역200㎡(60.60평) 초과
지역 지정 없는 곳500㎡(151.15평) 초과
도시계획구역 밖농지1,000㎡(303.03평) 초과
임야2,000㎡(606.06평) 초과
농지나 임야이외 땅500㎡(151.15평) 초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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