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LG "호랑이 잡았다, 사자 나와라"

  • 입력 2002년 11월 2일 00시 55분


호랑이 굴을 강타한 초속 4m의 강풍은 ‘신바람 야구’의 쌍둥이 편이었다.

2승2패로 동률을 이뤄 1일 광주구장에서 속개된 LG와 기아의 플레이오프 최종 5차전. 포스트시즌 개막을 축하하는 대형현수막은 경기 내내 심하게 ‘좌향좌’를 계속했고 이 바람이 승부와 직결됐다.

1회 초 LG 공격. 2사후 신인 박용택이 기아 선발 키퍼를 상대로 친 공은 잘 맞기는 했지만 오른쪽 선상을 타고 흐르는 타구. 이대로라면 파울이 되어야할 타구였다. 그러나 이게 웬일인가. 왼손타자가 오른쪽으로 당겨 친 타구가 휘어지기는커녕 점점 안쪽으로 들어오는 것이 아닌가. 기선을 제압하는 선제 1점 홈런.

2-2로 살얼음판을 걷던 6회 초에도 똑같은 상황이 발생했다. 역시 맞상대는 박용택과 키퍼. 선두타자로 나간 박용택은 볼카운트 1스트라이크 2볼에서 키퍼의 117㎞짜리 몸쪽 높은 커브를 받아쳤고 이 타구는 1회 때보다 더욱 오른쪽으로 쏠렸지만 바람의 힘을 빌려 담을 살짝 넘어가는 105m짜리 결승 홈런으로 연결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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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바람이 난 LG는 7회 이종렬의 안타와 조인성의 희생번트로 1사 2루를 만들며 정규시즌 다승왕 키퍼를 강판시켰고 계속된 2사 1, 2루에서 바뀐 투수 김진우를 상대로 이병규와 박용택이 연속 2루타를 뿜어내 3점을 보태며 승부를 갈랐다.

LG는 8회에도 하위 타선의 조인성과 이종렬의 연속 적시타로 2점을 보태 8-2로 승리했다.

박용택은 5차전에서만 홈런 2개를 포함해 5타수 3안타 4타점의 맹타로 플레이오프 최우수선수(MVP)를 거머쥐며 시즌 중 부상으로 신인왕을 놓친 한풀이를 했다.

LG는 마운드에선 1회 말 선발 최원호가 1타자만 잡은 채 3안타 1실점하고 물러났지만 플레이오프 5경기 연속 등판한 이동현이 5회까지 2안타 1실점으로 호투해 승리의 밑거름이 됐다.

7회 2사 1루에서 예상보다 일찍 구원 등판한 이상훈은 남은 이닝을 2안타 무실점으로 마무리해 올 포스트시즌에서만 4번째 세이브를 따냈다.

이로써 LG는 98년 이후 4년 만에 한국시리즈 티켓을 따냈고 태평양을 4연승으로 꺾고 우승한 94년 이후 8년 만에 정상복귀를 노리게 됐다.

정규시즌 4위팀이 한국시리즈까지 올라간 경우는 90년 삼성과 96년 현대에 이어 세 번째. 준플레이오프부터 거쳐 한국시리즈에 올라간 팀으로는 6번째. 이중 지난해 두산과 92년 롯데는 우승컵까지 안았다.

삼성과 LG가 7전4선승제의 승부를 벌이는 한국시리즈 1차전은 3일 오후 2시 대구구장에서 열린다.

광주〓장환수기자 zangpabo@donga.com

김종석기자 kjs0123@donga.com

▼MVP 박용택 ▼

“신인왕 욕심은 버린 지 오래입니다. 한국시리즈 우승이 유일한 목표입니다.”

포스트시즌을 맞는 박용택(23)의 마음은 남달랐다. 팀이 4강 턱걸이를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는 9월 중순 집에서 욕실의 세면대를 잡고 팔굽혀펴기를 하다 오른손 엄지손가락이 찢기는 중상을 당한 것. 그는 “쥐구멍이라도 들어가고 싶은 심정”이라고 당시를 회상했다.

서용빈이 시즌 중 입대하고 김재현이 고관절 부상이란 희귀한 병에 걸린 데다 자신마저 과실에 의한 부상으로 LG가 자랑했던 공포의 좌타라인이 졸지에 붕괴된 것. 그가 빠진 동안 팀은 극심한 슬럼프에 시달렸지만 두산의 동반 침체로 LG는 다행히 포스트시즌에 진출했고 박용택은 다시 그라운드로 돌아왔다.

하지만 신인왕의 꿈은 이미 물 건너가 버린 상태. 올 시즌 신인타자 중 유일하게 규정타석을 채우며 타율 0.288에 9홈런 55타점을 기록했지만 구원왕을 차지한 현대 조용준과 선발 12승을 올린 기아 김진우에 비하면 보잘것없는 성적이었다.

결국 박용택은 “포스트시즌만은 팀에 보탬이 되겠다”며 칼을 갈았고 5차전에서 홈런 2방에 이어 7회에는 김진우를 상대로 쐐기를 박는 2루타를 날려 4년만에 팀의 한국시리즈 진출에 초석을 놓았다.

광주〓장환수기자 zangpabo@donga.com

▼양팀 감독의 말▼

▽LG 김성근 감독〓투수 때문에 고민했는데 의외로 5회까지 잘 버텨준 이동현이 숨은 공로자였다. 박용택 이병규 같은 왼손타자가 때리기 시작하니까 공격이 잘 풀렸고 조인성의 포수리드도 좋았다. 승리에 대한 선수들의 의지가 강했으며 내가 아닌 우리를 중요시하는 새로운 LG가 탄생했다. 포스트시즌 들어 악착같이 이겨야 한다는 생각보다 마음을 비웠던 게 더 잘됐다. 한국시리즈는 오르고 싶었던 무대였으니 더 열심히 하겠다.

▽기아 김성한 감독〓선수들이 기대 이상으로 잘 해 줬는데 결과가 나빴다. 올해만 야구하고 그만둘 게 아니기 때문에 가을 훈련과 스프링캠프를 통해 부족한 부분을 보완해 팬들 앞에 다시 나서겠다. 김진우는 앞으로 기아의 선두주자가 될 재목이어서 다시 투입시켰다. 김진우에 대한 기대가 컸던 만큼 아쉬움도 컸으며 성장하는 과정으로 보고 싶다.

▼경기상보

▽1회초 LG공격

선두 타자 유지현 유격수 뜬공 아웃. 2번타자 이병규 1루 땅볼 아웃.3번타자 박용택 우월 솔로 홈런.4번타자 마르티네스 2루뜬공 아웃. 공수교대.

▽1회말 기아 공격

선두타자 이종범 좌전안타. 2번 김종국 중견수 뜬공아웃. 3번타자 장성호 우전안타로 1사 1-2루. 4번 홍세완 유격수 키를 살짝 넘기는 중전안타로 2루주자 이종범을 불러들여 1-1 동점.LG는 선발 최원호를 강판시키고 이동현을 마운드에 올렸다.5번 신동주 삼진아웃.6번 펨버튼 포수 땅볼 아웃. 잔루 1-2루. 공수교대.

▽2회초 LG공격

선두타자 심성보 삼진아웃.6번타자 최동수 삼진아웃.7번타자 이종열 우중월 2루타. 8번타자 조인성 몸에 맞는 공으로 출루해 2사 1-2루.9번타자 권용관 좌익수 뜬공 아웃. 잔루 1-2루. 공수 교대.

▽2회말 기아 공격

선두타자 7번 김경언 볼넷. 8번타자 김상훈 타석때 김경언 2루도루 시도 실패.김상훈 볼넷.9번타자 정성훈 삼진아웃. 1번타자 이종범 삼진아웃. 잔루 1루. 공수교대.

▽3회초 LG공격

선두타자 1번 유지현 우익수 뜬공아웃. 2번타자 이병규 볼넷골라 1사 1루. 3번타자 박용택 2루 병살타(4-6-3). 공수교대.

▽3회말 기아 공격

선두타자 김종국 투수 앞 땅볼 아웃. 3번타자 장성호 이동현의 바깥쪽 공을 밀어쳐 좌중간 담장을 넘기는 역전 솔로 홈런.4번타자 홍세완 유격수 땅볼 아웃. 5번타자 신동주 볼넷으로 출루해 1사 1루. 6번타자 펨버튼 우익수 뜬공아웃. 잔루 1루. 공수교대.

▽4회초 LG공격

선두타자 4번 마르티네스 유격수 땅볼아웃.5번타자 심성보 유격수 뜬공아웃.6번타자 최동수 삼진아웃. 공수교대.

▽4회말 기아 공격

선두타자 김경언 중견수 뜬공아웃. 8번타자 김상훈 좌전안타로 출루해 1사 1루.9번타자 정성훈 유격수 땅볼때 1루주자 2루에서 포스아웃, 타자주자는 1루에서 세이프. 1번타자 이종범 2루수 송구 실책으로 출루해 2사 1-2루. 2번타자 김종국 2루땅볼 아웃.잔루 1-2루. 공수교대.

▽5회말 기아 공격

선두타자 장성호 중견수 뜬공아웃. 4번타자 홍세완 1루 파울플라이 아웃. 5번타자 신동주 2루땅볼 아웃. 공수교대.

▽5회초 LG공격

선두타자 이종열 우전안타로 무사에 출루. 8번타자 조인성 희생번트때 1루주자 2루까지 진루. 9번타자 권용관 중견수 뜬공아웃. 1번타자 유지현 좌전안타때 2루주자 홈인해 2-2 동점.이때 중계플레이하던 3루수의 송구실책으로 타자주자 2루까지.2번타자 이병규 유격수 땅볼아웃.공수교대.

▽6회초 LG공격

선두타자 박용택 우측 펜스를 넘어가는 역전홈런. 오늘 박용택은 두개의 솔로 아치를 그렸다.4번타자 마르티네스 1루 뜬공아웃.5번타자 심성보 2루뜬공아웃.6번타자 최동수 투수 땅볼 아웃.공수교대.

▽6회말 기아 공격

LG는 이동현을 이승호로 교체했다. 선두타자 6번 펨버튼 삼진아웃. 7번타자 김경언 타석때 대타 김인철 볼넷. LG는 이승호를 빼고 장문석을 구원등판시켰다. 8번타자 김상훈 삼진아웃.9번타자 정성훈 삼진아웃.잔루 1루. 공수교대.

▽7회초 LG공격

선두타자 이종열 중전안타로 무사에 출루. 8번타자 조인성 희생번트때 1루주자 2루까지. 기아는 선발 키퍼를 빼고 신인 김진우를 마운드에 올렸다. 9번타자 권용관 삼진아웃.1번타자 유지현은 볼넷을 골라 2사 1-2루. 2번타자 이병규 좌중간 적시타. 2루주자 홈을 밟아 LG의 4-2 리드. 3번타자 박용택 계속된 2사 1-3루에서 2타점 우전안타를 때려 6-2. 4번타자 마르티네스 삼진아웃. 공수교대.

▽7회말 기아 공격

선두타자 이종범 3루 직선타 아웃.2번타자 김종국 우전안타.LG는 장문석 대신 유택현을 등판시켰다. 3번타자 장성호 1루땅볼때 1루주자 2루에서 포스 아웃,타자주자는 1루에서 세이프. LG는 ‘특급 마무리’ 이상훈을 등판시켰다. 광주구장에는 빈 술병등 오물이 운동장안으로 투척되어 한때 경기가 중단되었다 재개 됐다. 4번타자 홍세완 삼진아웃. 잔루 1루. 공수교대.

▽8회초 LG공격

선두타자 5번 심성보 삼진아웃. 6번타자 최동수 우전안타. 7번타자 이종열 볼넷.8번 조인성 우전안타때 2루주자 홈을 밟아 점수차는 5점으로 벌어졌다. 계속된 1사 1-3루에서 권용관 우전 적시타로 스코어는 8-2. 여전히 주자는 1-2루. 1번타자 유지현 삼진아웃. 2번타자 이병규 2루땅볼 아웃. 공수교대.광주구장 1루방면 내야광중석의 흥분한 일부 관중들은 불을 지르는 난동을 부렸다.

▽8회말 기아 공격

선두타자 신동주 좌전안타. 6번타자 펨버튼 좌전안타.7번타자 김인철 삼진.8번타자 김상훈 좌전안타로 출루해 2사 1-2루. 9번타자 정성훈 2루뜬공 아웃.잔루 1-2루.공수교대.

▽9회초 LG 공격

기아는 김진우를 강철민으로 교체했다. 우익수 이종범도 김창희(중견수)로 교체.

중견수 김인철은 우익수로 수비위치 변경. 선두타자 박용택 삼진아웃. 4번 마르티네스 좌익수 뜬공아웃. 5번타자 심성보 삼진아웃. 공수교대.

▽9회말 기아 공격

선두타자 김창희 유격수 땅볼 아웃. 2번 김종국 볼넷. 3번 장성호 포수 파울 플라이 아웃.4번타자 홍세완 중견수 뜬공 아웃. 경기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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