잉글랜드의 ‘축구스타’ 데이비드 베컴(27·맨체스터 유나이티드). 영국에서 45번째 가는 부자이자 인기 최고의 축구 스타인 그이지만 이런 부와 인기 때문에 오히려 심각한 고민에 빠져 있다.
베컴은 3일 부인 빅토리아와 두 아들을 유괴하려던 범인 일당이 잡혔다는 소식에 충격을 감추지 못했다. 베컴 가족을 유괴하려는 구체적인 시도가 있었던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1999년에도 부인과 아들을 유괴하려던 음모가 발각난 적이 있었다.
이 때문에 베컴은 가족의 안전을 위해서라면 돈을 아끼지 않는다. 런던 근교에 있는 저택에 수십억원의 돈을 들여 전자 경비망을 설치하고 특급 보디가드를 기용하는 등 온갖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그런데도 이 모양이니 가뜩이나 신경이 예민한 베컴은 좌불안석.
베컴은 지난해만도 혼자 2430만달러(약 292억원)을 벌어들여 영국에서 여왕 엘리자베스 2세보다 한 단계 높은 45위를 기록한 알부자. 여기에 인기 팝그룹 스파이스걸스 멤버인 아내 빅토리아의 수입도 만만치 않아 베컴 부부는 세계에서도 쏜꼽히는 부자 부부다.
부부가 모두 대중의 인기를 먹고 사는 스타들이라 사람들과의 접촉을 피할 수만은 없기 때문에 항상 유괴 위협에 노출되어 있는 상태.
멜 깁슨이 열연한 ‘랜섬(몸값)’은 유괴를 소재로 한 대표적인 영화. 이 영화에서 항공사를 경영하는 부자 멜 깁슨은 아들이 납치되자 무능한 경찰을 제쳐놓고 오히려 유괴범에게 거액의 현상금을 건 뒤 몸을 던져 아들을 구하는 영웅적인 아버지로 나온다.
그러나 이는 영화 속의 얘기일 뿐이다. 베컴은 “경찰에 감사한다. 경찰과 맨체스터 유나이티드구단의 경비 책임자와 의논해 경비망을 다시 점검하겠다”며 불안한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그라운드에서는 최고의 영웅이지만 그라운드를 떠나면 베컴 또한 한낱 필부일 수밖에 없는가 보다.
권순일기자 stt77@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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