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휴맥스-한단정보 ‘코’ 빠진 코스닥 간판

  • 입력 2002년 11월 4일 18시 30분



한국 코스닥시장에서 “이 회사는 코스닥의 간판”이라고 이야기할 때 빠지지 않는 종목이 바로 세계 셋톱박스 시장의 강자인 휴맥스다. 또 한국 증시에는 휴맥스만큼은 아니어도 역시 셋톱박스 시장의 강자로 꼽히는 한단정보통신이 있다.

그러나 휴맥스는 올해 6만원대까지 치솟았던 주가가 최근 1만5000원대로 주저앉는 등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한단정보통신도 올해 2만8000원까지 올랐던 주가가 지난달 4850원까지 하락했다.

우량업체인데도 이렇게 주가가 급등락하는 것은 세계 셋톱박스시장 및 두 회사의 근본적인 구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안정성은 기대하기 힘들다〓디지털셋톱박스는 디지털방송신호를 수신할 때 쓰는 장치. TV에 이 셋톱박스를 연결하면 디지털위성방송을 볼 수 있다.

이 셋톱박스는 지난해 약 84억달러 정도의 시장을 형성했으며 2005년까지 연평균 24%의 성장률을 보일 것으로 추정된다.

그런데 휴맥스 한단정보통신 등 두 종목은 애초부터 주가의 안정성은 다소 기대하기 힘든 구조를 갖고 있다는 평가.

대개 소비자들이 셋톱박스를 살 때 자신이 직접 셋톱박스를 고르지 않고 방송업자들이 정한 셋톱박스를 그대로 사용한다. 서울 양천구에 사는 주민들이 양천케이블TV가 달아주는 케이블TV 셋톱박스를 그대로 사용하는 것과 마찬가지.

따라서 한 번 시장에 선두주자로 진입한 셋톱박스 제조업체가 방송사업자와 긴밀한 관계를 맺어 놓으면 후발사업자들이 이들을 따라잡기가 쉽지 않다. 이렇게 방송사업자가 납품을 받아 파는 셋톱박스가 전체 시장의 80%가량을 차지한다.

나머지 20%, 즉 소비자가 직접 셋톱박스를 골라서 사는 시장이 바로 휴맥스와 한단정보통신이 노리는 시장. 이미 이 분야에서 휴맥스는 최강자 입지를 굳히고 있지만 문제는 이 분야가 안정적인 납품처가 있는 시장이 아니라는 점.

올해 초 두 회사 주가가 시장의 성장성을 높게 평가받으며 3배 이상 급등한 것도, 이후 각종 돌발 변수에 주가가 힘없이 무너진 것도 모두 실적이 불안정할 수밖에 없는 두 회사의 근본적인 구조 탓이라는 분석이다.

▽춤추는 주가는 두 회사의 운명〓가치주 장기투자를 지향하는 전문가들은 셋톱박스 시장의 불안정한 구조에 대해 부정적인 평가를 내린다. 동원증권 이채원 주식운용팀장은 셋톱박스 시장에 대해 “변수가 너무 많다는 점이 약점”이라고 말했다.

결국 불안정한 주가는 셋톱박스 업체의 숙명과도 같은 것이라는 설명. 대신 높은 성장성, 그리고 휴맥스가 오랫동안 보여준 주주와의 높은 신뢰 관계 등은 여전히 무시 못할 장점이라는 평가.

LG경제연구소 배수한 연구원은 “아직 20%대에 머물고 있는 ‘소비자가 직접 셋톱박스를 고르는 시장’의 비중은 계속 확대될 전망”이라며 “이 시장에서 부가가치가 높은 제품으로 승부를 건다면 두 회사의 실적도 개선될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이완배기자 roryrer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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