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신협 도산에 정부도 책임져야

  • 입력 2002년 11월 4일 18시 39분


서민 금융기관인 신용협동조합이 115곳이나 한꺼번에 문을 닫게 된 것은 유례 없는 일이다. 예금을 찾을 수 없게 된 지역주민과 소상인들이 발을 구르지만 5000만원 넘는 예금은 완전히 떼이게 되었다니 안타깝다. 이번에 퇴출당하는 신협들은 1200여곳의 국내 신협 가운데 약 10%를 차지하며 고객만 약 70만명에 이를 정도라고 하니 피해도 적지 않거니와 지역경제에 미치는 영향도 간과할 수 없을 것이다.

굳이 무더기 퇴출이란 극단적인 방법을 선택할 수밖에 없었는지 의문이다. 외환위기 이후 다른 금융기관들은 대부분 구조조정을 했으나 신협은 구조조정의 사각지대에 있었기 때문에 대량정리가 불가피했다는 게 정부측의 해명이다. 그러나 금융감독원이 부실 신협이 생길 때마다 즉시 구조조정을 단행하지 못하고 부실이 누적되도록 방치한 것은 옳지 않다. 신협은 예금보호대상이기 때문에 부실이 생기면 결국은 혈세가 들어간다는 사실을 금융감독원이 몰랐단 말인가. 알고도 감독을 게을리 했다면 직무유기이고 몰랐다면 무능한 탓이다.

이번에 퇴출당하는 신협을 정리하려면 약 2조원에 가까운 공적자금이 투입될 것이라고 하니 한심하다. 외환위기 이후 부실 금융기관을 정리하는 데 이미 160조원에 가까운 세금을 집어넣었는데 아직도 끝나지 않았단 말인가.

정치권의 신협 감싸기가 부실을 부추기는 결과가 되고 말았다. 지역에 필요한 금융기관으로 건전하게 육성한다면 누가 반대하겠는가. 신협 출자금은 예금보호대상이 될 수 없는데도 국회에서 의원입법으로 예금보호대상에 포함시킨 것은 신협을 돕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더 부실하게 만들었을 뿐이다.

내후년부터 신협이 예금보호대상에서 제외된다지만 그때까지는 부실 신협에 대해 세금을 투입하도록 되어 있다. 신협의 부실을 초래한 경영진에도 책임을 물어야 하겠지만 감독을 소홀히 해 도산을 양산한 정부당국도 응분의 책임을 져야 한다. 그렇게 하지 않는다면 또 다른 부실을 만들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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