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시 역시 최근 1200억원을 들여 경륜장을 만들 계획이다. 이미 장외 경마장과 경륜장이 있으면서도 2006년 이후 연간 585억∼940억원의 재정수입을 올릴 것이라고 홍보하고 있다.
자치단체들이 이처럼 경쟁적으로 도박산업에 진출하고 있는 것은 쉽게 재정을 확보할 수 있다는 점 때문이다. 자치단체들은 “국세 위주의 중앙집권적 조세체제 때문에 열악한 지방재정을 극복할 방법을 찾을 수 없다”며 새로운 경영행정 수단으로 도박산업을 내세우고 있다. 게다가 여가시간과 소득의 증가로 늘어나는 레저문화 수요에 부응하기 위해 이 같은 산업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공공기관인 자치단체의 이런 주장을 쉽게 납득하기 어렵다. 이런 시각이 공공성을 포기하고 수익성만을 추구하는 대표적인 행정편의주의라 보이기 때문이다.
한국레저산업연구소의 조사에 의하면 지난 한해 동안 사행산업 이용객수가 2261만명에 이른다. 국민 100명당 48명이 도박에 참여했고, 지난해 사행산업의 매출 총액은 9조2000억원으로 95년에 비해 3.5배나 늘었다. 시민들이 그만큼 많은 돈을 잃었다는 얘기다.
특히 레저산업에서 사행산업의 비중은 95년 24.8%에서 지난해에는 57.6%로 높아져 지난해 일본의 26.5%에 비해서도 훨씬 높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더욱이 도박장을 찾는 고객들이 한 번에 거는 평균 금액은 경마의 경우 37만원, 경륜은 35만원, 카지노는 290만원으로 나타나 도박을 건전 레저문화로 볼 수도 없다.
도박산업의 급성장에 따른 부작용도 엄청나다. 경륜도박을 시행하는 국민체육진흥공단이 발주한 한 용역 조사결과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도박 중독자는 300만명이나 된다. 이는 전체 성인의 9.3%에 해당하는 것으로 도박산업이 활성화된 호주의 2.1%, 캐나다 2.6%, 미국의 병적 도박자 1∼2%보다도 훨씬 높은 수치다.
생산성 저하와 범죄 등 도박으로 인한 사회적 손실도 연간 10조원으로 국내 도박산업의 매출액 9조2000억원을 웃도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렇게 엄청난 부작용을 외면하고 시민들을 도박장으로 유인해 돈을 벌어보자는 발상은 그 자체가 매우 위험한 ‘한판 도박’임을 보여준다.
따라서 자치단체들의 도박산업 진출은 즉각 중단되어야 한다. 재정난이 문제라면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해 노력하면서, 국세 위주로 짜여진 조세체계의 개혁을 중앙정부에 요구하는 게 자치단체가 가야 할 길이다.
김제선 대전 참여자치연대 사무처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