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정서는 분단의 희생자로서 정부의 보호를 받아야 할 납북자 가족을 오히려 범죄자로 취급해 조직적으로 학대한 정부의 잘못을 지적하는 고발장이나 마찬가지다. 비록 연좌제 폐지에 따라 납북자 가족에 대한 인권 유린과 차별 대우가 중단되기는 했으나 국가의 중대한 과오를 시간이 흘렀다고 해서 외면해서는 안 된다. 더구나 정부의 납북자 대책은 과거는 물론이려니와 아직까지도 국민을 우롱하고 있다.
멀리 갈 것도 없이 정부는 지난 주 열린 남북적십자회담에서 “존재하지도 않는 전쟁 이후 납북자 문제를 거론하지 말라”는 북한 대표단의 호통만 듣고 돌아왔다. 정부가 북한과 숱하게 만나 대화하고 결국 무언가를 퍼주면서도 있는 사실마저 부인하는 그들 앞에 왜 이토록 무력한지 도무지 모를 일이다.
북한으로부터 일본인 납치에 대한 사과와 재발 방지 약속을 받아낸 데 이어 피랍자 5명의 일시 귀국까지 얻어낸 일본과 비교하는 것조차 부끄럽다. 혈육의 생사조차 몰라 까맣게 탄 가슴으로 수십 년을 살아온 납북자 가족들에게 분통이나 터지게 하는 정부는 과연 누구를 위해 존재하는 것인가.
정부는 속죄하는 마음으로 납북자 가족이 겪은 고통에 대한 보상방안을 찾아야 한다. 이와 함께 486명이나 되는 전쟁 이후 납북자에 대한 생사 확인과 송환문제를 남북대화의 최우선 과제로 삼아 해결책을 찾아야 한다. 그것이 국가 권력의 횡포를 바로잡는 자그마한 첫걸음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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