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인권존중 검찰로 거듭나라

  • 입력 2002년 11월 5일 18시 22분


서울지검 피의자 고문치사사건으로 검찰이 최악의 오욕을 겪고 있다. 법무부장관과 검찰총장이 동반 퇴진하고 수사검사가 졸지에 사법처리될 지경이 됐으니 그 수치를 감당키 힘들 것이다. 그러나 검찰이 이번 사건을 결연한 개혁의 전기로 삼지 않는다면 이 같은 오욕과 수치는 역사 속에 단절되지 않을 것이다.

불행하고 안타까운 일이지만 이번 사건으로 검찰의 위상이 흔들리는 것은 국가를 위해서도 바람직하지 않다. 이명재 전 총장이 4일 밤 “지금도 검찰청사에는 불이 밝혀져 있고 많은 직원들이 범죄와 싸우고 있다”고 말한 것이 바로 검찰의 존재 이유다.

이제 검찰은 내부의 인권침해와 싸워야 한다. 100명의 범죄자를 처벌하는 것 못지않게 1명의 억울한 사람이 생기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는 자세를 새삼 다짐할 때다. 스스로와의 싸움이어서 더 힘겨울 수도 있지만, 그것만이 치욕의 수렁에서 벗어날 수 있는 유일한 대안이다.

길은 멀지 않다. 오랜 세월 수많은 사람들의 피와 땀으로 확립된 인신보호의 기본 원칙인 적법절차(due process of law)의 원칙에 충실하면 된다. ‘불법의 열매는 불법일 수밖에 없다’는 점에서 법을 집행하는 수단이 불법적이어서는 법도 검찰도 존재 의의가 없는 것이다.

자백을 받아내기 위한 가혹 행위같은 ‘불법적인 법 집행’이 더이상 발붙일 수 없도록 하려면 우선 검사 개개인의 특권의식 속에 잠자고 있는 인권의식을 깨워야 한다. 검사 각자가 일반인의 눈높이에서 검찰을 바라보고 인권을 생각할 때 검찰의 진정한 변화를 기대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인권침해 요소가 많은 수사 관행을 당장 근절해야 한다. 그 자체가 가혹행위인 밤샘수사와 밀실수사를 지양하고 수사 과정에 변호인이 참여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자백위주 수사에서 증거위주 수사로 전환하고 무리하게 받아낸 자백은 재판에서 결코 통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 이번에도 달라지지 않으면 조만간 검찰은 훨씬 치명적인 위기를 맞게 될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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