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시 제대로 보기(4)]BW발행도 결국 주식공급

  • 입력 2002년 11월 6일 18시 00분


신주인수권부사채(BW)란 투자자를 끌어들이기 위해 정해진 가격(행사가격)에 주식을 살 수 있는 권리(신주인수권)를 덤으로 얹은 회사채를 말한다.

A사의 사례를 보면 ①과 ③은 A사가 금융기관의 보증 없이 신주인수권을 덧붙인 회사채를 해외시장에서 발행함을 알려준다. 3년 만기로 유로시장에서 불특정 투자자를 상대로 자금을 모집한다. ②와 ④에 따르면 BW 발행에 성공하면 2003년 1월11일 500만달러의 자금이 A사 계좌로 들어온다.

⑤발행조건을 잘 살펴봐야 한다. 채권자는 계약 1년 뒤부터 채권 만기 1개월 전까지 주당 1만원에 A사 주식을 인수할 수 있는 권리를 갖는다. 예를 들어 2004년 1월12일 A사 주가가 1만2000원이고 채권자가 이날 신주인수권을 행사해 받은 주식을 곧바로 되판다면 주당 2000원의 차익을 챙길 수 있다.

이런 특혜가 있기 때문에 BW 금리는 보통 일반 회사채 금리보다 낮다. 극단적으로 A사처럼 금리가 0%일 때도 있다. 만일 A사 주가가 행사청구 가능기간에 줄곧 1만원을 밑돌면 투자자는 시세차익은커녕 이자도 받지 못한다. 그래서 A사는 사채 만기일에 BW 표면금리와 시세금리의 차이인 6%의 금리를 보장해주겠다는 것이다.

A사는 또 채권 발행 후 1, 2년째 되는 날 원리금 상환을 요청할 수 있는 권리를 줬다. 나아가 신주인수권 행사 가격을 낮출 수도 있는 특혜를 약속했다.

한마디로 A사는 채권자에게 줄 수 있는 특혜를 다 줬다. 외환위기 직후 국내 기업들이 살아남기 위해 이런 특혜성 BW를 남발했다. 그러면서 ‘외자유치에 성공했다’고 선전해 주가를 끌어올렸다. 그 부담은 고스란히 개미들이 떠안았다. 신주인수권이 행사되면 주식공급이 늘어 주가가 떨어지기 때문이다. BW 발행은 ‘외자유치’라는 포장만 걷어내면 십중팔구 주가에 악재로 작용한다.

이철용기자 lcy@donga.com

▼A사 해외신주인수권부 사채 발행▼

①사채의 종류:1회차 무기명식 무보증 해외신주인수권부 사채

②사채의 권면총액:외화기준 500만달러, 원화기준 60억원

③발행시장(발행 방법):유로 공모

④발행일정:계약체결일 2003년 1월10일, 납입일 2003년 1월11일

⑤발행조건

-행사가격:1만원, 발행할 주식 종류:보통주

-행사청구 가능기간:시작일 2004년 1월11일, 종료일 2005년 12월11일

-표면이자율 0%, 만기이자율 6.0%, 만기일 2006년 1월11일

-풋옵션:발행 후 1, 2년째 되는 날 사채의 일부 조기상환 청구 가능

-리픽싱:유무상증자, 주식 분할 및 병합 등으로 행사가격 조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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