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몰빵투자 낭패본 박씨 ‘보름간의 악몽’

  • 입력 2002년 11월 6일 18시 00분


개인투자자 박모씨(35)는 올들어 기업에 관한 이런저런 증시 루머를 듣고 투자했다가 몇 차례 재미를 봤다.

그는 과거의 성공만 믿고 지난달 외자유치 소문을 바탕으로 주가가 크게 오른 한 종목에 투자했다가 보름새 수억원을 날렸다.

소문을 좇는 투자가 왜 위험한지 보여주는 생생한 사례다.

▽개인투자자의 망상〓소문에 따라 주가가 급등락하는 종목에 대해 개인투자자는 ‘소문이 사실이 아니면 어때? 주가가 폭락하기 전에 주식을 팔고 나오면 되지’라고 생각하기 쉽다.

개인투자자의 상상은 <그림의 ①>과 같다. 일단 A에서 샀다가 주가가 폭락하기 전인 B에서 팔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현실은 <그림의 ②>일 가능성이 높다. 자신이 주식을 산 시점이 주가의 최고점이며 손절매를 못하면 주가 폭락으로 큰 손해를 볼 가능성이 높은 것.

▽박씨의 실수〓박씨는 루머 종목에 몇 차례 투자했다가 재미를 봤다.

일단 루머를 들은 시점이 다소 늦었더라도 그는 과감히 추격 매수에 나섰다. 그리고 주가가 조금만 더 오르면 미련 없이 주식을 팔고 나왔다.

지난달 17일 그는 한 인터넷 투자정보 사이트에서 “어울림정보기술이 곧 외자유치를 할 것 같다”는 소문을 들었다. 코스닥 등록기업인 어울림정보기술은 네트워크 보안솔루션 분야의 우량기업. 박씨가 살펴보니 이 회사 주가는 9월 말을 기점으로 서서히 올라오고 있었다.

‘뭔가 있구나.’

그는 외자유치 소문을 이용하기로 결심했다. 18∼22일 그는 5억원을 넘게 투자해 어울림 주식 4만주를 주당 평균 1만3200원에 사들였다. 소문을 바탕으로 주가가 주당 1000원만 더 오르면 팔 심산이었다.

주식을 산 시점도 기가 막혔다. 그가 주식을 산 바로 다음날인 23일 어울림이 “약 30억원가량의 외자유치를 추진 중”이라고 공시했기 때문.

그런데 의외의 일이 벌어졌다. 외자유치 공시가 나자마자 주가는 10% 가까이 폭락했다. 박씨는 ‘미리 주식을 사 둔 세력이 일찍 주식을 팔아서 그런가보다’라며 조금 더 기다리기로 했다.

그러나 상황은 기대와는 반대로 돌아갔다. 주가가 며칠 횡보하더니 30일 이 회사 3·4분기 실적이 크게 나빠져 적자로 전환했다는 소식과 함께 주가가 이틀 연속 하한가로 주저앉았다. 하루 거래량도 7만주와 4만주로 급감해 4만주가량이나 들고 있던 박씨는 주식을 팔고싶어도 팔 수 없는 상황이었다.

이후 박씨는 자포자기한 심정으로 기다렸다. 그러나 이번 달에도 주가는 하루도 거르지 않고 매일 5∼12%씩 떨어졌다.

그리고 5일 박씨는 어울림정보기술이 외자유치를 하지 않기로 했다는 청천벽력과 같은 소식을 들었다. 그는 결국 모든 것을 포기한 채 1만3000원에 산 주식을 6700원에 팔았다. 그러나 신기하게도 어울림정보기술 주식은 그가 주식을 판 다음날인 6일부터 반등을 시작했다.

박씨는 “몇 년 동안 모았던 소중한 투자 자산을 2억5000만원이나 날렸다”며 “소문을 좇는 투자가 이렇게 위험한 줄 몰랐다”고 후회했다.

이완배기자 roryrer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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