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서]수능 끝났으니 또 강남집값 들썩?

  • 입력 2002년 11월 6일 18시 05분


길을 막고 지나가는 사람에게 물어보자. 천당 다음으로 좋다는 경기 성남시 분당신도시 35평형 아파트를 팔아 서울 강남지역의 19평형으로 옮긴다면 몇 명이나 동의할까. 그것도 대로변에 있는 데다 창문조차 완전히 열리지 않는 사무실 같은 주상복합아파트라면. ‘불행히도’ 이는 지난달 말 강남에서 있었던 실제 상황이다. 모 건설회사가 테헤란로 인근에 분양한 주상복합 19평형의 분양가는 3억2500만원. 평당 1700만원이 넘는다. 기가 막히는 건 계약자 중 상당수가 분당 거주자라는 것이다.

“신도시 고등학교가 평준화된 뒤 분당 주민들이 서울 강남으로 다시 들어오고 있어요. 주상복합이 잘 팔리는 이유 중 하나가 이 때문이에요. 일반 아파트는 비싸니까 소형 주상복합이라도 사야겠다는 것이죠. 분당 35평형 아파트 값하고 비슷하니까요.” 한 건설사 직원의 설명이다.

어제 대학수학능력시험이 실시됐다. 수능이 끝나면 으레 집값이 움직인다. 교육 환경이 좋은 곳이 재조명되기 때문이다. 5일 있은 서울시내 특수목적고 지원 경쟁률이 사상 최고치를 기록한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올해 초 강남지역 집값이 폭등한 것도 ‘수능 쇼크’였다는 분석이 나올 정도다.

그런데도 정부가 내놓은 대책이란 게 분양권 전매를 제한하고 세무조사를 하는 것 정도다. 아예 집 거래를 못하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열이 펄펄 나는 환자를 냉장고에 가둬버리는 식이다. 한때 강남 고등학교를 신도시로 옮기겠다는 ‘과격한’ 대안도 나왔지만 지금은 논의조차 없다.

정부의 주택정책에 큰 기대를 걸진 않는다. 다만 자녀교육 때문에 분당에서 강남으로 이사해야 하는 학부모들의 심정만이라도 헤아려 주길 바란다.

고기정기자 ko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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