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큰바람 불고 구름 일더니…卷二. 바람아 불어라…(2)

  • 입력 2002년 11월 7일 18시 31분


大澤의 회오리(2)

그때 장위(將尉)는 술에 취해 있었다. 큰비로 기한을 넘겨버려 어쩔 줄 모르게 된 심사를 술로 풀고 있던 중이었다. 오광은 바로 그 앞으로 가서 자기를 따르는 수졸들을 돌아보며 짐짓 큰소리로 떠들어댔다.

“이젠 기를 쓰고 어양으로 가봐야 목 날아갈 일밖에 남지 않았어. 모두 도망치자구! 그래서 목숨이나 건지는 게 상책이야.”

그러잖아도 불콰하게 술잔을 비우고 있던 장위는 그 말에 벌컥 성을 냈다.

“네 이놈. 너는 둔장(屯長)으로서 나서서 말려야 할 처지에 되레 그 무슨 되잖은 소리냐? 나라의 엄한 법이 무섭지도 않느냐?”

“나라 법이 무서우니, 우선 목숨이나 건지자고 하는 소리 아니요? 장위님도 무턱대고 미련댈 처지는 아닌 듯싶소. 목이 날아가도 우리보다 먼저 날아 갈테니......”

오광이 그렇게 이죽거려 장위의 부아를 돋우었다. 벌겋게 달아오른 장위가 벌떡 몸을 일으키며 곁에 있던 채찍을 집어들었다.

“네 이놈.”

장위(將尉)가 긴 말 할 것도 없다는 듯 채찍을 휘둘렀다. 오광이 재빨리 손을 뻗어 그 채찍을 휘어잡고 한번 더 이죽거렸다.

“이거 왜 이러십니까? 함께 목 없는 귀신이 될 처지면서…”

  <이문열 신작장편소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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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위가 용을 써 보았으나 오광이 워낙 팔 힘이 좋아 채찍을 빼낼 수가 없었다. 그러자 참지 못한 장위는 차고 있던 장검을 빼들었다.

그러잖아도 자기들이 우러르고 따르는 오광을 장위가 함부로 욕보이는 것 같아 못마땅하던 수졸들이었다. 그런데 이제 칼까지 빼어드니 해도 너무 한다 싶었다. 평소 두려워하던 장위였으나, 이제는 모두가 오광 편이 되어 험한 눈길로 쏘아보았다.

오광이 기다린 것은 그런 분위기였다. 무슨 일이 있어도 수졸들이 모두 자신을 편들어 주리란 믿음이 생기자 처음부터 별렀던 대로 손을 썼다. 채찍을 감아쥐고 있던 손을 놓은 뒤, 날쌔게 장위를 덮쳐 오히려 그가 들고 있던 칼을 빼앗아 버렸다.

오랫동안 복종 받는데 익숙해 있던 장위는 그 지경이 되어서도 사태를 알아차리지 못했다. 여전히 진(秦)제국의 권위를 빌어 오광을 억눌러 보려 했다.

“이놈, 네가 감히…”

한껏 소리를 높여 오광을 꾸짖으려 하는데 칼빛이 번쩍하더니 장위의 목이 떨어졌다. 그때 멀찌감치서 보고있던 진승이 다가와 오광에게 말했다.

“일이 이렇게 되었으니 먼저 사람들부터 모으게. 여기 있는 사람들부터 우리편으로 끌어들여야겠네.”

그 말에 오광은 자기를 따르는 사람들을 시켜 수졸들을 모두 불러모으게 했다. 오광이 진나라 관리를 죽인데다가, 이미 그들 사이에 그 이름이 널리 알려진 진승이 함께 있다고 하니 수졸들은 부르지 않아도 절로 그리로 모여들었다. 기다리고 있던 진승이 나서서 그들을 보고 외쳤다.

“여러분 내가 바로 진승이오. 여러분께 드릴 말씀이 있소!”

그러자 수졸들은 기대와 호기심에 찬 눈길로 진승을 바라보았다. 진승이 갑자기 어조를 바꾸어 간곡하면서도 결연하게 말했다.

“그대들은 큰 비를 만나 어양에 닿아야할 날짜를 넘겨버리고 말았다. 진나라의 모진 법에 따르면 기한을 어긴 자들은 모두 죽음을 당해 마땅하다. 곧 이대로 가면 그대들은 모두 죽게 되었다는 뜻이다. 용케 용서를 받아 변방의 수자리를 산다 해도 그대들이 살길은 별로 없다. 듣기로 변방은 땅이 험하고 오랑캐들은 흉악해 그곳을 지키다 죽는 사람이 열에 일고여덟이라 한다. 장사(壯士)가 죽지 않고 살아날 수 있다면 모르거니와, 만일 죽어야 한다면 반드시 세상에 큰 이름을 남기는 일에 목숨을 바쳐야 한다. 이제 그대들은 나를 따라 진나라를 둘러엎고 새 세상을 열어보지 않겠는가? 왕후장상(王侯將相)이 어디 씨가 따로 있는것이라더냐!”

‘왕후장상이 어찌 씨가 따로 있겠느냐 [후왕장상 영유종호]’라는 말은 반드시 진승이 지은 말도 아니었다. 진나라의 폭정이 벌써 여러 해 거듭되면서 불평가나 야심가들 사이에서 은밀히 떠돌던 말이었다. 그러나 그날 진승이 여럿 앞에서 소리 높여 외치자 그 말은 우레소리처럼 사람들의 가슴속을 파고들었다.

“삼가 크신 명을 받들겠습니다.”

수졸들이 한결같이 진승과 오광 앞에 엎드리며 그렇게 다짐했다. 진승과 오광은 거기에 만족하지 않고 한 걸음 더 나아가 그들의 충성을 강요할 수 있는 권위까지 조작했다. 진작부터 짜놓은 대로 이번에는 오광이 나서 여럿을 보고 소리쳤다.

“여기 이 진승이란 분은 실은 부소(扶蘇) 태자님이시오. 어질고 재능 있는 분이었으나 일찍이 바른 말로 시황제에게 간언을 드리다가 미움을 받아 쫓겨나셨소. 하지만 시황제는 죽기 전에 그래도 맏이 되시는 여기 이 부소 태자님께 제위(帝位)를 물려주었다 하오. 그런데 지금 이세 황제가 된 영호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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