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합21' 출범 이틀만에 '삐걱'

  • 입력 2002년 11월 7일 18시 55분


국민통합21의 강신옥 창당기획단장(오른쪽)이 당직사퇴 기자회견을 가진 뒤 정몽준 후보와 함께 회견장을 빠져나가고 있다. - 서영수기자
국민통합21의 강신옥 창당기획단장(오른쪽)이 당직사퇴 기자회견을 가진 뒤 정몽준 후보와 함께 회견장을 빠져나가고 있다. - 서영수기자
국민통합21이 당의 정체성과 후보단일화 문제를 둘러싼 내부 이견으로 창당 이틀만에 당직사퇴 소동을 빚는 등 난기류에 휩싸이고 있다.

정몽준(鄭夢準) 후보의 핵심측근이었던 강신옥(姜信玉) 창당기획단장은 7일 기자회견을 갖고 “정 후보와 한국미래연합 박근혜(朴槿惠) 대표의 연대에 내가 걸림돌이 된다면 백의종군하겠다”며 당직사퇴를 선언한 뒤 “앞으로 당에는 나오지 않겠다. 박 대표가 원한다면 탈당도 하겠다”고 말했다. 강 전 단장 사위인 홍윤오(洪潤五) 공보특보도 동반사퇴했다.

강 전 단장은 전날 정 후보가 박 대표에게 연대를 제의했다가 ‘정체성’을 이유로 거절당한 뒤 정 후보와 따로 만나 당직사퇴 의사를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강 전 단장은 ‘살신성인(殺身成仁)’의 자세를 강조했지만 실제로는 당의 운영방식과 관련한 불만이 작용했다는 해석이 일반적이다. 강 전 단장은 “박 대표가 나를 거명하며 통합21의 정체성 문제를 제기해 왔으나 내가 김재규(金載圭) 전 중앙정보부장을 변호한 것은 당이나 정 후보의 정체성과는 관계없다”고 못박았다.

이와 관련해 당내에서는 정 후보가 박 대표의 의중을 파악하지 못했고, 강 단장 문제를 미리 정리하지 않고 박 대표와 만나는 바람에 낭패를 봤다며 정치력의 미숙을 드러낸 것이란 비판도 나오고 있다.

민주당 노무현(盧武鉉) 후보와의 단일화 방안을 놓고도 경선에 대한 정 후보의 명확한 입장정리가 안 돼 내부혼선이 가중되고 있다.

통합21은 이날 박범진(朴範珍) 기획위원장, 이철(李哲) 조직위원장, 김민석(金民錫) 전략위원장, 박진원(朴進遠) 대선기획단장 등 11명으로 ‘후보단일화 대책위’(위원장 신낙균·申樂均 전 문화관광부장관)를 구성, 8일부터 민주당측과 협상에 들어가기로 했다.

그러나 개인적으로 이미 노 후보측과 수시로 접촉 중인 이철 조직위원장은 “경선 방안도 협상 대상에 올려야 한다. 단일화가 불발되면 진퇴 문제도 고심하겠다”며 배수진을 치고 있다. 반면 정광철(鄭光哲) 공보특보는 “민주당의 국민경선안은 협상용 카드일 뿐 민주당 스스로도 실현이 불가능하다는 것을 잘 알 것”이라는 일일전략회의 결과를 발표했다.

통합21은 또 이날 단일화대책위 첫 회의에서 단일화 협상 주체에 ‘후단협을 포함해 단일화를 위해 노력해 온 제(諸)정파’를 포함시켜야 한다는 방침을 정해 노 후보측이 요구하는 ‘협상창구 단일화’ 입장과도 차이를 보였다.

박성원기자 swpark@donga.com

이승헌기자 dd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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