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 이상훈(31)과 삼성 마해영(32)은 아마추어 시절 고려대에서 한솥밥을 먹었던 친구 사이.
대학에서 인연을 맺은 뒤 13년 동안 서로의 우정을 소중하게 간직해 왔다. 평소 이상훈은 “해영이는 내 형제나 다름없는 친구”라며 “프로에서 속을 터놓는 선수는 해영이가 유일하다”고 털어놓은 적이 있다.
이상훈의 고려대 시절 별명은 ‘빠삐용’. 야구부 숙소에서 하도 자주 도망가서 붙었던 별명이다. 방랑벽이 있던 그는 아무말 없이 숙소를 나가 공사장 인부로 일하기도 하고 무작정 지방을 헤매기도 했다. 그런 모습을 보면서 마해영은 항상 이상훈을 안타깝게 생각했고 소주잔을 기울이면서 친구로서 조언을 아끼지 않았다.
하지만 그 소중한 친구가 이상훈의 가슴에 비수를 꽂았다.
7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한국시리즈 4차전. 마해영은 3-3 동점인 8회 1사 3루에서 LG 이상훈의 공을 좌측펜스에 맞는 결승타로 연결시켜 천금같은 적시타를 만들어냈다.
이상훈이 올해 포스트시즌에서 당한 첫 패배. 더구나 LG가 1승2패로 몰리던 상태에서 나왔기 때문에 더욱 치명적이었다.
그 뼈아픈 패배가 가장 친한 친구 마해영의 방망이에서 비롯됐다는 사실은 너무나 아이러니컬하다.
김상수기자 sso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