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트시즌]‘우승 청부사’도 우승 못시킨 ‘지독한 징크스’

  • 입력 2002년 11월 8일 17시 44분


말이 쉬워 ‘한국시리즈 8수생’이지 삼성이 지난 20년간 겪은 수모와 고통은 이루 헤아릴 수 없을 정도였다.

업계 최고를 지향하는 삼성은 프로야구단 운영에도 투자를 아끼지 않았고 연고지인 대구 경북의 우수한 선수는 물론 세상을 깜짝 놀라게 한 각종 대형 트레이드를 통해 슈퍼스타들을 끌어모았다. 삼성이 정규시즌에서 해마다 상위권의 성적을 낸 것은 너무나 당연한 결과였다.

하지만 삼성은 프로야구 원년인 82년을 시작으로 단 한번도 한국시리즈 정상에 서지 못하는 지독한 징크스에 시달려야 했다. 이를 가리켜 호사가들은 베이브 루스를 뉴욕 양키스에 판 뒤 80년 넘게 우승을 못한 보스턴 레드삭스의 ‘밤비노 악령’에 빗대 ‘삼성의 저주’로 부르기까지 했다.

82년 OB와의 한국시리즈는 역사적인 프로야구 개막전의 재판이었다. MBC와의 개막전에서 이종도에게 연장 10회 말 끝내기 만루홈런의 진기록을 헌납했던 삼성은 6차전에서 김유동에게 만루홈런을 내주며 1승1무4패로 무릎을 꿇었다.

84년은 삼성의 징크스가 굳어진 해였다. 막강 전력을 자랑했던 삼성은 후기 들어 파트너 고르기에 들어가 ‘져주기 경기’의 추태까지 보인 끝에 OB 대신 만만한 롯데를 선택했다.

하지만 롯데는 ‘무쇠팔’ 최동원이 4승을 혼자 따냈고 7차전에선 유두열의 3점홈런이 터지면서 역전 우승에 성공했다.

삼성은 이듬해인 85년 전후기 통합 1위를 석권, 한국시리즈 없이 우승을 차지하긴 했지만 이후 한국시리즈에선 해태의 높은 벽에 막혀 힘 한 번 써보지 못한 채 패퇴를 계속했다.

86년 1승4패, 87년 4연패로 해태에 우승컵을 내줬고 90년에는 LG에 4연패, 93년에는 해태에 2승1무4패로 주저앉았다. 이후 침체기에 들어갔던 삼성은 지난해에는 ‘V9’에 빛나는 해태 김응룡 감독을 영입했지만 선수단이 자멸에 가까운 실책을 연발하며 2승4패를 기록, 두산에 우승컵을 내줬다.

장환수기자 zangpab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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