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일 먼데이]이화여대 간호학과 동아리 '오! 수지'

이화여대 수지침 동아리 '오! 수지' 회원들이 최근 학교 인근의 노인들을 초청해 수지침을 놓고 있다. - 사진제공 이화여대

“할머니 할아버지들에게 수지침 봉사를 하면서 인간에 대한 사랑을 실천하는 간호학의 이념을 몸으로 깨닫게 됐어요.”

매달 대학 인근에 사는 노인들에게 수지침을 무료로 놓아주며 사랑을 실천하는 백의의 천사들이 있다. 주인공은 이화여대 간호과학과 학생 30여명이 주축이 된 수지침 동아리 ‘오! 수지’의 회원들.

이들은 동아리를 결성한 지난해 4월 이후 매달 마지막 주 토요일에 서울 서대문구 지역에 사는 노인 30여명씩을 학교 사회복지관으로 초청해 수지침을 놓아주고 있다. 또 올 1월부터는 마지막 주 일요일에 서울 강남구 일원동의 한 성당을 찾아 노인들에게 수지침 시술 봉사를 하고 있다.

지금까지 이들에게서 수지침 시술을 받은 노인은 800여명. 노인들 대부분이 고혈압 당뇨 관절염 등 만성질환을 앓고 있어 근본적인 치료에는 한계가 있지만 학생들은 정성을 다하고 있다.

동아리 회장인 배나영(裵那英·20·간호과학과 2년)씨는 “도움을 필요로 하는 사람들이 많지만 시간과 능력이 부족한 것이 늘 아쉽다”며 “겨울방학 때는 나병환자촌도 방문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노인 한 명당 2∼3시간 동안 치료하는 것은 기본. 효과를 높이기 위해 수지침을 놓은 뒤 3차례 뜸을 놓고 압봉을 손에 부착하기도 한다.

학생들의 정성이 기적을 부른 것일까. 뇌중풍 후유증으로 손 떨림이 심하고 호흡이 고르지 못했던 김모 할아버지(87)는 수지침 치료를 받은 뒤 증세가 눈에 띄게 좋아졌다.

노인들과 나누는 대화는 학생들이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봉사 중 하나. 혼자 살거나 노부부만 사는 노인들이 대부분이어서 외로움을 호소하기 때문이다. 일상생활에서 느끼는 노인들의 고충을 듣고 함께 고민하기도 한다.

그래서인지 노인들은 치료가 끝나도 금세 집으로 돌아가지 않는다. 어떤 노인들은 학생들에게 고마움의 표시로 집에서 직접 재배한 방울토마토를 가져와 주기도 한다.

간호과학과 김문실(金文實·여) 교수는 “소외된 사람들을 돕기 위해 밤늦게까지 남아 수지침을 공부하는 학생들이 기특하다”며 “학생들의 사랑이 더 많은 사람들에게 미칠 수 있도록 학교도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말했다.

동아리 창단 멤버인 오승은(吳承殷·24·간호과학과 4년)씨는 “할아버지 할머니들을 만나 지금까지 그 어디서도 접할 수 없었던 인생의 지혜를 배우게 됐다”며 “졸업 후에도 후배들과 봉사활동을 계속할 것”이라고 의지를 다졌다.

이태훈기자 jeffle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