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물보다는 무대에서 더 커 보이는 ‘작은 거인’ 김수철이 첫 ‘기타 산조’ 음반을 냈다.
‘흩어져 있는 가락을 일정한 장단에 모아놓은 음악’이라는 의미의 산조(散調)는 전통 음악의 대표적인 기악 독주곡. 느린 속도의 진양조로 시작해 차츰 빨라져 중모리, 자진모리, 휘모리로 끝난다. 연주하는 악기에 따라 ‘아쟁산조’ ‘대금산조’ 등의 이름이 붙는다. ‘기타 산조’는 전자 기타로 연주한 우리 가락인 셈이다. 김수철은 “일종의 뉴 에이지 음악”이라고 설명했다.
1980년 국악가요 ‘별리’를 시작으로 국악 작곡에 빠져든 김수철은 1986년 아시안 게임에서 처음 기타산조를 선보였다. 이듬해 중앙국악관현악단과 정기 연주회에서 ‘기타산조’라는 용어가 공식 사용된 후 이제는 새 장르로 굳어졌다.
대중들에게 ‘기타산조’를 처음 선보인지 16년만에 첫 기타 산조 앨범이 나왔다. 왜 이렇게 오래 걸렸을까.
“고민의 시간이 길었습니다. 우리 소리에 뿌리를 두되 현대적인 감각과 서양 악기와의 조화를 염두에 두고 작곡해야 하는 만큼 과연 국악을 어느 선까지 현대화 할지 조심스러웠지요.”
이번 앨범에는 장고, 대금, 가야금과 함께 어울어진 기타산조와 함께 기타 산조 솔로곡 등 김수철이 작곡, 연주한 신곡 4곡과 올해 월드컵 행사에서 선보였던 기타 산조곡 등 10곡이 수록돼 있다.
본래 산조는 길이가 20∼40분인 곡이지만 요즘 사람들이 길면 더 안들을 것 같아 2분∼4분대로 짧게 작곡했다.
국악인 김덕수씨는 “동서양 악기가 상생(相生)의 조화를 이루어내 앨범”이라고 평가했고 박범훈 중앙대 국악대학장은 “기타산조를 계기로 피아노 산조 등 서양악기로 연주할 수 있는 다양한 산조가 생겨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강수진기자 sjka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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