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노무현(盧武鉉) 후보측이 11일 국민통합21 정몽준(鄭夢準) 후보와의 단일화 방안으로 여론조사 방식을 수용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직후 정 후보측의 이철(李哲) 조직위원장은 이 같은 발언으로 취재기자들을 어리둥절케 했다.
불과 엊그제까지만 해도 노 후보측의 ‘국민경선을 뼈대로 한 경선’ 주장에 정 후보측이‘여론조사를 원용한 단일화 방안’을 주장해왔기 때문이다.
물론 정 후보가 그동안 ‘명시적으로’ 여론조사 방식을 공식 제안한 일은 없다. 하지만 정 후보는 기회 있을 때마다 “국민여론에 의한 단일화”를 주장해왔다. 특히 노 후보를 7∼8%포인트 이상 앞서던 1, 2주 전까지 그는 “누가 한나라당 이회창(李會昌) 후보를 이길 수 있는 후보인지는 객관적인 (여론조사) 수치가 나와 있지 않느냐”고 강조하곤 했다.
또 ‘3차례의 여론조사’를 단일화 방안으로 제시한 민주당 박상천(朴相千) 최고위원과의 회동 직후에도 정 후보측은 여론조사 방식이 통합21의 입장이란 언론보도에 일절 이의를 제기하지 않았다.
결국 이날 통합21의 단일화대책위는 ‘양당 동수의 대의원 조사’라는 역제안을 내놓았다.
정 후보측은 그 근거로 “일반국민 여론조사는 한나라당 지지자들이 참여해 이회창 후보가 상대하기 쉬운 노 후보를 찍을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정작 11일 일부 언론의 여론조사결과는 한나라당 이 후보 지지자들이 단일후보로 노 후보보다 정 후보를 더 선호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같이 설득력 없는 정 후보측의 태도표변에 대해 당 안팎에서는 심지어 “최근 지지율하락추세에 비추어 여론조사에서도 결국 노 후보에게 2위 자리를 뺏길지 모른다는 우려가 작용한 것 아니냐”는 관측마저 나오고 있는 실정이다.
물론 정치생명이 걸린 후보단일화 방법을 자신에게 유리하도록 만들려는 태도 자체를 비난할 수는 없다. 그러나 최소한 ‘투명한 정치’를 내세우는 정 후보라면 국민여론조사 결과를 금과옥조처럼 떠받들다가 태도를 바꾸는 이유를 좀 더 명분있게 답해야 할 것 같다.
박성원기자 정치부 swpark@donga.com
구독
구독
구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