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일 제주 종합경기장에서 열린 제83회 전국체육대회 남자 창던지기에 부산대표로 출전한 허희선(21·경성대)은 다소 저조한 기록을 냈지만 표정만큼은 밝았다. 불편한 몸을 이끌고 ‘비장애선수’들과 당당히 맞선 그의 이날 기록은 69.06m. 이 종목 금메달리스트인 박재명(강원)의 74.47m는 물론이고 올해 자신의 최고기록 72.28m에도 못 미치는 바람에 6위에 머물렀다.
“이번 대회를 앞두고 허리가 아팠어요. 앞으로 틀림없이 더 잘할 수 있습니다.”
원래 오른손잡이였던 허희선은 지금 왼손으로 창을 던진다. 세 살 때 형과 장난을 하다 여물을 써는 작두에 오른쪽 손목을 잘렸기 때문이다. 어려운 환경을 잊기 위해 더욱 창던지기에 매달린 그는 진주고 시절이던 1999년 전국 종별육상선수권대회에 데뷔, 3위에 올랐고 경성대에 입학한 2000년에는 전국남녀대학육상선수권대회에서 당당히 우승을 차지했다.
한 손만을 쓰다보니 몸 균형을 잡는 데 애를 먹었고 잔 부상도 많았다. 하지만 어떤 장애도 새로운 기록을 향한 그의 의지를 꺾지 못한다. 이날 경기를 지켜본 대한육상경기연맹 관계자는 “보통 선수들은 입상 가능성이 없으면 쉽게 포기하고 핑계거리를 찾기 일쑤지만 허희선은 결코 포기하지 않아 다른 선수들에게 신선한 자극제가 된다”고 칭찬했다.
“한국신기록을 반드시 세우고 싶다”고 당찬 포부를 밝힌 허희선은 “모든 장애인에게 ‘나도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주기 위해 더욱 노력하겠다”고 힘주어 말했다.
제주〓체전취재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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