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싸잡아서 매도하지 마세요”

  • 입력 2002년 11월 14일 17시 43분


‘함부로 싸잡아 보지 말아 주세요.’

주식투자자 가운데는 의외로 ‘한국 증시에서 ○○는 절대 안 돼’식으로 통째로 싸잡아 생각하는 버릇을 가진 이들이 적지 않다.

최근 경기침체를 예상하는 전문가들이 늘어나자 “소비심리가 위축되면 내수주는 절대 주가가 안 올라” 식으로 생각하는 게 전형적인 예.

과연 그럴까. 좋은 투자자는 다른 사람들이 생각하지 못하는 곳에서 독특한 투자 아이디어를 찾는다. 싸잡아 생각하는 버릇만 고쳐도 투자수익률을 크게 높일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조언한다.

▽“소비심리 위축되면 내수주는 안 돼”〓대체로 맞는 말이다. 그러나 100% 정답은 아니다.

소비심리가 위축되면 당연히 내수가 줄어든다. 그런데 ‘줄어든다는 사실’보다 ‘줄어드는 모습’이 더 중요하다.

의류 음식료 등 내수 관련 업종에서는 소비심리가 나빠지면 후발 업체의 매출은 줄지만 강력한 브랜드를 가진 선도 제품은 오히려 더 잘 팔리는 일이 잦다. 소비가 강력한 브랜드로 집중되는 현상이 나타나는 것.

이처럼 시장이 위축돼도 소비자를 더 끌 수 있는 강력한 브랜드 파워를 가진 기업은 오히려 적극적인 투자 대상이 된다. 전체 시장규모는 줄어드는데도 소비는 오히려 집중된 복사기 제조업체 신도리코가 좋은 예.

▽“건설주 같은 잡주(雜株)는 장기투자하면 안 돼”〓건설회사들은 듣기 싫겠지만, 증시에서는 건설주를 그다지 질이 좋지 않다는 의미에서 ‘잡주’라고 부른다. 건설주 하면 괜히 투기 대상인 것 같고, 경기 변화에 실적도 너무 크게 변해 안정적인 투자 대상은 아닌 것처럼 느껴진다.

그러나 건설회사 가운데는 구조조정 등을 통해 실적을 최대한 안정적으로 만들어놓은 기업이 적지 않다.

건축 토목 플랜트 주택 해외도급공사 등 5개 분야에서 일정한 매출비율을 유지하며 경기민감도를 크게 줄여놓은 덕에 수년째 이익이 꾸준히 늘어나는 LG건설이 대표적인 예.

▽“비인기 업종에는 투자하면 안 돼”〓시멘트 농약 목재 줄자 등을 만드는 회사에는 투자하면 안될 것 같은 기분이 든다. 첨단을 걷는 회사도 많은데 굳이 농약 만드는 회사에 투자할 일이 뭐란 말인가.

그러나 이는 오해. 어떻게 돈을 버는지 사업구조를 이해하기 어려운 ‘첨단 회사’에 투자하는 것이 더 위험하다.

농약이나 줄자 만드는 회사는 투자자가 기업을 잘 이해할 수 있다. 비인기 업종이지만 꾸준히 실적을 늘려간다면 그야말로 좋은 투자대상이다.

고기능 농약으로 실적이 꾸준히 좋아지는 동방아그로, 세계 줄자 시장에서 3위를 차지하는 코메론 등이 좋은 사례.

동양종합금융 최현재 연구원은 “주식투자의 성패는 좋은 기업을 골라내는 안목에 달렸는데 선입관이 강하면 좋은 안목을 갖추기 어렵다”며 “남들이 선입관에 빠졌을 때 오히려 반대로 생각하면서 좋은 종목을 찾아나가면 수익률이 크게 좋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싸잡아 보지 말아야 할 종목들
신도리코(복사기)
내수 위축과 인터넷 발달로 복사기 시장이 작아지고 있지만 소비가 신도리코 브랜드로 집중돼 시장 장악력은 더 커짐
LG건설(건설)
실적 변동 심하다는 건설업종에서 5년째 매출과 영업이익이 성장
코메론(줄자)
자본금 29억원의 초소형주지만 세계 줄자시장 3위의 브랜드 파워를 바탕으로 25%에 이르는 영업이익률 자랑
동방아그로(농약)
농약시장 점유율 5위인 소형주지만 자기자본이익률 20%, 영업이익률이 경쟁사보다 10%포인트가량 높은 19%를 유지

이완배기자 roryrer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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