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편지]서윤석/개성공단 개발 때 유물 발굴작업 병행을

  • 입력 2002년 11월 14일 18시 33분


8일 열린 ‘남북경제협력 추진위원회’ 3차 회의에서 12월말경 개성공단 착공식을 갖기로 합의했다고 한다. 대등한 조건이라면 얼마나 고무적인 소식인가. 그러나 이번 회담에 고고학 관계자의 참여가 없어 서서히 ‘한국판 폼페이’가 되고 있는 서울 송파구 풍납토성의 예가 되풀이되지 않을까 걱정이 앞선다.

역사적으로 고려의 수도인 개성(開城)은 귀중한 문화유물이 많이 남아 있는 지역이다. 눈에 보이지 않는 지하에는 얼마나 많은 유물이 매장되어 있는지 모를 일이다. 더구나 개발의 중심지인 봉동은 ‘명당’으로 널리 알려진 곳으로 고려와 조선의 문신(文臣)들이 많이 묻혀 있는 곳이라고 한다. 이런 곳에는 반드시 지석(誌石)이 묻혀 있기 마련이다.

지석은 일반 비석과는 달리 당시 상황에 대한 자세한 내용이 기록되어 있어 역사 연구에 중요한 단서를 제공할 가능성이 높다. 일제에 의해 왜곡된 고려의 역사와 조선시대 문신들의 문화 활동을 파악하기 위해서라도 개성공단의 발굴작업은 큰 의미를 갖고 있다.

일본 고고학자들은 북한의 발굴 작업이 아직 미흡한 수준이라고 밝힌 바 있다. 정부는 개성공단의 착공과 더불어 문화유물에 대한 관심도 가져주길 바란다. 남한의 개성 진출은 경제적 성과는 물론이고 유물 발굴작업에 따라 문화적으로도 큰 업적을 남길 수 있는 기회이기 때문이다.

서윤석 서울 마포구 합정동·향토문화연구가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지금 뜨는 뉴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