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시절의 회상기 ‘창가의 토토’ 로 유명한 베스트셀러 작가 구로야나기 데쓰코. ‘창가의…’에서 주의산만한 학습부진아였던 그는 대안학교인 도모에 학원에서 따뜻한 보살핌을 받으며 씩씩하게 자라난다. 그는 커서 무엇이 되었을까. 새로 소개된 ‘토토의 눈물’에서 어른이 된 그는 유니세프 친선대사로 변신해 전세계의 분쟁지역을 다니며 사랑을 실천한다. 역시 유니세프 친선대사로 활동중인 영화배우 안성기씨가 서평을 보내왔다.
편집자주》
파상풍으로 말조차 제대로 할 수 없게 된 인도의 어린 소년은 자신에게 위로의 말 한마디를 건네준 낯선 이방인에게 온힘을 다해 뭔가 말하려 합니다. 고통스럽다는 이야기였을까요. 아니면 도와 달라는 이야기였을까요. 어렵사리 아이가 겨우 내뱉은 말은 놀랍게도 “행복하셨으면 좋겠어요”라는 덕담이었습니다. 그 대목을 읽는 순간 필자 구로야나기 데쓰코가 어른으로서 느낀 부끄러움을 저도 느껴야 했습니다.
‘토토의 눈물’을 읽으면 누구도 미워할 줄 모르는 어린이의 선함에 가슴이 아파 옵니다. 가족의 죽음이 제 탓이라고 말하는가 하면 죽음의 순간에도 원망하는 마음 없이 어른들을 무조건 믿고 조용히 숨을 거둡니다. 그러나 그토록 믿는 어른들은 아이스크림과 초콜릿 모양의 지뢰를 만드는가 하면 심지어 인형 속에 폭탄을 설치해 어린 생명을 앗아갑니다. 아이들에게 ‘되고 싶은 것’을 그리라고 하자 대부분의 아이들이 갓난아기를 그립니다. 아무것도 모르는 갓난아기로 돌아가고 싶다는 희망을 나타낸 것이겠지요.
![]() |
구로야나기씨는 ‘토토의 눈물’을 통해 어린이에게 미안하다고 사과합니다. 그 심정을 함께 공유하면서 저는 토토의 체험을 읽어내려갔습니다. 구로야나기씨가 유니세프 친선대사로 처음 찾은 곳이 아프리카의 굶주린 땅 ‘탄자니아’였던 것처럼 저도 유니세프 친선대사로서 처음 찾은 곳이 아프리카였습니다. 소말리아 난민촌에서 뼈만 앙상한 아이들을 실제로 만났을 때의 느낌을 잊을 수가 없습니다. 영양실조에 시달리는 한 살배기 아기는 제 손 안에서 금세라도 부서질 것만 같았어요. 용서를 구하고 싶다는 생각을 했지요. 그 순간 아기가 눈을 맞추고 웃어주었습니다. 퀭한 눈으로 제 품 안에서 보내준 그 미소야말로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미소였습니다.
‘토토의 눈물’이 전하는 어린이들의 이야기는 슬픈 듯하지만 궁극적으로는 희망과 사랑의 이야기입니다. 소원이 무엇이냐는 물음에 ‘클 때까지 살고 싶어요’라고 대답했던 다섯 살의 부랑아가 의사를 꿈꾸는 당찬 여학생이 되고, 수년 동안 단 한마디 말도 하지 않던 아이가 사랑의 힘으로 변화합니다. 아이들은 모두 그렇습니다. 작은 관심과 도움으로도 자신의 삶을 완전히 바꾸는 기적을 만들어냅니다.
![]() |
개발도상국에서 제가 만났던 아이들이 그립고 궁금해집니다. 저도 건강하고 행복한 모습으로 자란 그 아이들의 소식을 듣게 되면 얼마나 좋을까요?
“빵 한 조각이 생기면 당연히 열 조각으로 나눠 주어야지요.”
자기 자녀 다섯 명에 길 잃은 고아 다섯 명까지 아이 열 명을 돌보는 모잠비크의 난민 여인이 구로야나기씨에게 한 말입니다. 내 아이, 남의 아이를 아울러 사랑하는 그 가난한 난민 여인의 마음이 오래도록 저를 숙연하게 합니다.
안성기 유니세프한국위원회 친선대사
구독
구독
구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