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 8년쯤 전이었던가, 저자와 우연히 한 승용차로 동행하게 되었다. 음악을 주제로 자유로이 흘러가던 화제가 파가니니의 ‘24곡의 카프리스’로 옮아갔다. “왜 음악작품에는 12의 배수로 묶인 곡들이 많을까요?” 기자의 즉흥적인 질문에 준비된 듯 거침없는 대답이 돌아왔다. “12는 2로도, 3이나 4로도 나누어지는 편리한 숫자죠. 작곡가들이 한주일에 6일씩 일하고 하루 쉬니까, 묶음이라는 측면에서도 편리하지 않았을까요.”
그는 이렇듯 음악사의 이면에 막힘이 없다. 특히 음악을 만들어내는 ‘인걸’들의 숨은 일화에 대해서는 따를 사람이 없다는 정평. 60년대 세상을 깜짝 놀라게 한 ‘야야야 차차차…’의 소주 애니메이션 CF를 제작한 주인공이자, 한국 최초의 장편만화 ‘홍길동’을 제작 감독한 인물이 바로 그다.
이 책은 ‘음악가를 알면 클래식이 들린다-작곡가편’ ‘재미있는 음악사이야기’에 이어 저자가 내놓은 음악사 뒤편의 흥미로운 일화집. 일견 괴팍하기까지 한 지휘계 거장들의 숨은 이야기에 미소를 흘려가며 시간가는 줄 모르다보면 배경에 흐르는 정신사의 내력까지 읽혀지는 듯하다.
잠깐 훑어보는 내용. 아르투로 토스카니니는 성질이 불같기로 악명이 높았다. 하루는 NBC교향악단 단원들이 그에게 금시계를 선물했는데, 자기 성질을 잘 아는 토스카니니는 싸구려 모조시계를 하나 더 마련했다. 아니나 다를까, 리허설 도중 성질이 난 그는 갖고 있던 시계를 던져 박살내버렸다.
당연히 얼어붙은 단원들은 실수 없이 연습을 마쳤고. 그는 “진짜 가짜 시계도 구분 못하는 녀석들에게 실수없이 연주하라는 내가 멍청이지”라고 중얼거렸다나.
조지 셀은 음악에 있어서 항상 리듬을 강조했다. 항상 멤버들에게 타이르기를 ‘첫째는 리듬, 둘째도 리듬, 셋째도 리듬, 넷째가 아티큘레이션(分節), 다섯째가 밸런스’라고 했다. 한 단원이 ‘여섯째는요?’라고 물었더니 ‘이상 다섯가지를 리드미컬하게 외우는 것’이라 말했다고.
스타 지휘자인 카라얀에게는 적이 많았다. 한스 크나퍼츠부슈의 제자가 ‘카라얀은 눈을 감고 지휘하는데 왜 선생님은 눈을 뜨고 하십니까?’ 했다. 크나퍼츠부슈 왈, “나는 악보를 읽을 줄 아니까!”
유윤종기자 gustav@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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