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농구]SK 최인선-KCC 신선우 울고 싶은 두 名將

  • 입력 2002년 11월 15일 17시 35분


SK 나이츠 최인선 감독과 KCC 신선우 감독은 요즘 휴대전화를 꺼 놓을 때가 많다. 주위에서 안부를 묻는 전화가 쏟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시즌 초반 양 팀의 성적표를 들여다보면 그럴 만도 하다. 1라운드가 끝난 15일 현재 SK 나이츠는 3승6패로 8위에 머물러 있고 KCC는 고작 1승8패로 꼴찌. 양 팀 모두 시즌 평균 득점 79.1점에 그쳐 10개 팀 가운데 공동 9위로 가장 낮은 수준.

최 감독과 신 감독이 누구인가. 프로농구에서 2차례 이상 우승 헹가래를 받은 사령탑은 이 둘밖에 없다. 지난 시즌까지 최 감독은 통산 188승을, 신 감독은 177승을 올려 최다승 1, 2위를 달리고 있다.

그럼 탄탄대로를 달리던 이들이 올 시즌 가시밭길을 걷게 된 것은 무엇 때문일까. SK 나이츠는 어려운 팀 사정을 감안할 때 이해할 만도 하다. 서장훈이 삼성으로 떠났고 주전 조상현과 임재현은 군에 입대해 전력에 구멍이 뚫렸다. 게다가 용병 브룩스는 함량 미달로 드러났으며 기대를 모은 신인 이한권은 발목 부상으로 깁스까지 했다. 최 감독은 “어느 정도 예상은 했지만 이럴 줄은 몰랐다”며 답답해 했다.

당초 우승 후보로 꼽혔던 KCC의 추락은 의외. 호화멤버 이상민 전희철 추승균은 국가대표 차출에 따른 체력 저하에 시달리고 있으며 용병마저 제 몫을 못한 탓. 국내 선수와 용병의 조화가 깨지면서 팀 최다인 8연패에 빠져 있는 KCC는 패배 의식에서 벗어나 자신감을 회복하는 게 급선무. 그동안 시간이 해결해 준다며 애써 태연해 하던 신 감독도 “문제가 심각해 고민스럽다”고 한숨을 쉬었다.

부진에 빠져 있다고 팔짱만 끼고 있을 수는 없는 노릇. 평소 1주일에 한 번은 집에 들렀던 최 감독은 요즘 보름 가까이 숙소 생활을 하고 있다. 매일 선수들과 미팅을 갖고 훈련에 상대팀 전력 분석까지 하다 보면 하루가 어떻게 지나갔는지도 모를 정도. 속이 상해 술이라도 찾을 듯한데 오히려 자제하고 있다. 과음으로 이어질 것 같아 참고 있다는 게 최 감독의 설명.

신 감독도 다른 때보다 훈련 강도를 높이는 것은 물론 경기 비디오, 기록 분석에 몰두하며 절치부심하고 있는 상황. 하지만 쉴 때는 확실히 잊고 지내는 타입으로 원정경기를 가면 근처 명산이나 사찰을 찾거나 기체조로 지친 심신을 달래고 있다.

시련의 계절을 맞은 최 감독과 신 감독은 과연 위기를 헤쳐나갈 수 있을까.

김종석기자 kjs012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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